결국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에 도착했다.
미국의 의전서열 3위에 해당하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해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전용기는 현지시간으로 2일 밤 대만 쑹산공항에 착륙했다. 전용기는 말레이시아에서 남중국해를 우회해 필리핀을 거쳐 대만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문은 중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이를 언급한 바 있다. 얼마 전 시진핑 주석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심은 저버릴 수 없다"라면서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자신이 불에 탈 수 밖에 없다"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중국'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에 미국 유력 정치인이 방문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다른 나라가 대만을 중국과 다른 주권 국가로 인정한다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 주권 침해"라면서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펠로시 하원의장은 결국 대만으로 향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 도착 직후 시진핑 주석과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그는 트위터에 "대만을 여행해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을 기린다"라면서 "대만의 자유, 그리고 모든 민주주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라고 적었다.
이 점을 들어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우려를 드러냈지만 결국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무려 25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현지 매체에서는 "펠로시 하원의장이 미중 관계가 저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대만 방문이 이뤄졌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대만 사람들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문에 환영 일색이다. 도착 전부터 현지 공항 인근에는 환영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 방문에 대한 일정 공유를 하지 않았지만 대만 국민들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한 여객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면서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대만의 가장 유명한 건물인 '타이베이101'에도 펠로시 하원의장을 환영하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현지 영상에 따르면 타이베이101 건물에는 펠로시 하원의장의 이름과 '대만에 온 것을 환영한다' 또는 '감사하다'라는 메시지가 영어로 송출됐고 한자로 '미국과 대만의 우정은 영원하다'라는 말도 함께 있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에서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우리나라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원을 찾아 입법원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와 만나고 이후에는 차이잉원 총통을 예방해 대만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지지 입장을 전달함과 동시에 여러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