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의 명장면에는 감독의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조태오(유아인)의 "어이가 없네"이다. 조태오 대사를 정확하게 옮겨보면 이렇다. "맷돌 손잡이 알아요?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고 그래요. 맷돌을 돌리려고 하는데 손잡이가 빠졌네? 이런 상황을 어이가 없다고 그래요. 황당하잖아.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유아인의 신들린 연기과 맷돌에 대한 설명으로 조태오의 심리를 완벽하게 표현한 이 대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지만, 제대로 알고보면 대사에 심각한 오류가 숨겨져 있었다.
맷돌 손잡이는 '어이'가 아니다. 맷돌 손잡이를 부르는 표현은 '어처구니'이며 맷돌 얘기를 꺼냈다면 조태오는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말을 했어야 맞다.
"어이가 없다"의 어원은 '조선시대 왕이 병에 걸렸을 때 어의(왕을 치료하던 의원)가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 "어의가 없다"가 '어이 없다'로 변화한 것.
따라서 조태오는 "어이가 없네"라는 말을 하려면 '왕의 이야기'를, "어처구니가 없네"라는 말을 하려면 '맷돌의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베테랑의 명대사에 이러한 오류가 숨겨져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오류가 감독의 의도 였다는 것이다.
베테랑은 실화를 바탕으로 사회 고위층을 비판하는 영화이다. 감독은 '맷돌 손잡이'가 '어처구니'인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사회 고위층을 '풍자'하기 위해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고 이야기하게 한 것이다. 유아인의 연기가 소름끼치지 않았다면, 관객들이 맷돌 손잡이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면 베테랑의 명대사는 '웃긴 장면'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 베테랑 명장면에 숨겨진 감독의 의도는 어이를 맷돌 손잡이로 잘못 알고 있는 재벌3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고위층의 무지함을 풍자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