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기 검색어에는 아주 이질적인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도란도란'이다. 다른 검색어들은 보자 마자 그 의미와 검색하게 된 이유가 금세 이해되는 반면 '도란도란'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청소년들이 검색하게 되는 이유를 떠올리기 힘들다.
'도란도란'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뜻은 '서로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소리'이다. 어른들은 도란도란이란 검색어를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등의 용법으로 사용하는 부사를 떠올리게 되는데 학생들이 검색창에 입력하는 '도란도란'은 부사 도란도란과는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뜻의 단어다.
학생들이 검색하는 '도란도란'은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학교 폭력 예방' 누리집(홈페이지)이다. '도란도란'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는 학교 폭력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로, 학교 폭력에 대한 상담과 신고가 가능한 곳이다.
어른들이 학교 폭력 예방 사이트의 이름 '도란도란'을 모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학교를 졸업한 어른들이 학교 폭력 예방 사이트에 관심을 가질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청소년 인기 검색어 1위가 '도란도란'이라는 어른들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문제다. 학교 폭력 예방 사이트의 이름을 검색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학생들도 많다는 말도 되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을 겪으며 괴로운 마음으로 '도란도란'을 검색하는 학생들을 떠올리면 '도란도란'이라는 단어가 정겹게만은 들리지 않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