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MBC에서 첫방을 시작한 이후 2008년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재방송을 반복했던,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은 봤을 법한 일본 대작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기계인간이 되려는 철이가 신비로운 여인 메텔을 만나 기계 몸을 얻기 위해 지구를 떠나 안드로메다의 어느 별로 가는 기묘한 모험을 그린 내용이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특급열차 999호를 타고 다양한 별을 거쳐가며 겪는 모험담을 그린 이 작품은 일본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1978년 일본에서 제작되었으며, 일본과 한국에서 공히 엄청난 히트를 쳤다.
이 작품의 1화에서 철이는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지구를 떠나 기계의 몸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을 굳히게 되는데, 여기에서 몹시도 충격적인 장면 하나가 나온다.
철이와 엄마를 사냥했던 악당들의 소굴 속에 철이 엄마의 알몸 박제가 벽에 걸려있었던 것.
이 충격적인 장면은 한국의 TV 방영에서는 1초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컷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이를 본 시청자들이 많지도 않고 설령 봤다고 해도 이것이 '인간박제'임을 이해할만한 연령대의 시청자도 많지 않았던 탓에 대부분 이 장면을 놓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듯하다.
그렇다면, 은하철도 999의 이 충격적인 설정은 어떻게 나온게 된 것일까?
사실 은하철도 999의 이야기는 그 기본 설정부터가 놀랍도록 끔찍하다.
과학과 기술이 극한까지 고도화된 어느 미래의 시대에 인간의 몸을 모두 기계로 바꿔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 과학자 집단과 이에 반기를 들고 생명 그 자체를 보존하는 것에 가치를 둔 집단이 대립하고 있었다.
인간을 기계로 바꾸려는 집단을 이끄는 과학자 '프로메슘(여)'은 철이의 아버지 '파우스트'와 함께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고 이에 반감을 품고 있던 프로메슘의 남편인 '닥터 반'은 철이 모자를 지구로 피신을 시켰다.
자신의 아내와 철이 아빠가 모두 철이 모자를 기계의 몸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을 반대한 닥터 반은 사실 남몰래 철이 엄마를 사모하고 있어 이들의 생체를 보호하고자 했던 것.
이를 뒤늦게 알게 된 프로메슘은 격분하며 남편인 닥터 반을 처형한 후 사냥꾼들을 보내 철이 모자를 추적했고 "철이 엄마는 사살해 박제로 만들어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린 것.
그래서 사냥꾼들은 철이 엄마를 사살한 후 하반신을 자르고 나머지 부분을 박제해 벽에 걸어두고는 철이를 사냥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메텔의 도움으로 사냥꾼들의 소굴을 급습한 철이는 이 광경을 목격하고는 큰 충격을 받고 사냥꾼들을 모두 죽이고 엄마의 시신과 함께 불태우고는 메텔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 것.
이것이 TV판 은하철도 999의 충격적인 시작이다.
한국에서 어린이용으로 방영했던 은하철도 999는 절대 어린이를 위한 만화가 아닌 성인들을 위한 작품이다. 어릴 적 이 장면을 놓치고 갔던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