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착한 아이였다
내가 어린 꼬마였을 때
우리 집에 한 남자가 찾아온 적이 있다
초인종 소리에 뛰쳐나간 나에게
남자는 한 가지를 부탁했다
"물 한 잔만 마실 수 있을까요?"
나는 얼른 부엌으로 뛰어가 물을 찾았다
물을 컵에 따르려던 순간
문득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척해보이고 피곤해보이던
그의 얼굴
그에게는 물보다 우유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컵에 우유를 가득 따라
그에게 건넸다
우유를 단숨에 마셔버린 그가 말했다
"어떻게 사례를 해야할지..."
나는 엄마가 가르쳐준대로 대답했다
"친절을 베풀 때는 절대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내 말에 그는 미소지었고
나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며
떠나갔다
그런데
이렇게 착하게 산 나에게
불행이 닥쳐왔다
억울하게도 어른이 된 나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다
병원에 가면
의사도 고개를 저을 뿐인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
나는 삶을 포기했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은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병원에 입원시켜
받을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받게했으며
유명한 의사를 데려오기까지 했다
부모님의 노력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기적적으로 나는
완치될 수 있었다
나는 일어설 수 있었고
건강을 되찾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돈이었다
내가 먹었던 약값과
유명 의사의 출장비
나는 불치병이라는 짐을 내려놓는 대신
새로운 짐을 떠안게 된 것이다
퇴원의 날 의사는 나에게 다가와
축하를 건네며 봉투를 내밀었다
지불해야할 돈이 적혀있는
청구서였다
두려웠다
봉투 안에는 내가 평생토록
갚아나가야 할 액수가
적혀있을 것이 분명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봉투를 뜯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한 줄의 글
"그 날, 한잔의 우유로
치료비가 이미 계산되었음"
나를 치료했던 유명 의사는
내가 어릴 적
우유 한 컵을 주었던 남자였다
이 이야기는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꼽히는
존스 홉킨스 병원의 '공동' 창립자
하워드 켈리의 실화를
소녀의 시각에서 풀어낸 것이다
하워드 켈리는 말했다
"소녀가 베푼 우유 한잔의 친절과
소녀의 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하워드 켈리는 의사가 된 후
자신이 힘들었을 때 받은
우유 한 잔을 떠올리며
친절과 봉사를 실천했다
"친절을 베풀 때는 절대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돈이 없는 환자여도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기꺼이 치료에 나섰다
한 소녀가 베푼 우유 한잔이
한 명의 의사를 만들었고
그 의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냈다
친절은 또 다른 친절을 낳는다
어쩌면 당신이 베푼 작은 친절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더 나아가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