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면 니들이 뛰든지"
이 말에 진짜로 경기에 나선 축구팬이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에 속한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의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다.
1994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3부 리그의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와 친선 경기를 치루게 됐다.
그런데 당시 경기에서 웨스트햄을 응원하는 관중들 중엔 웨스트햄의 공격수인 리 채프먼을 향해 고래고래 욕설을 퍼붓는 사람이 있었다.
"네가 그러고도 프리미어리그 선수야? 쓸모없는 녀석"
"내가 뛰어도 그것보다는 더 잘 뛰겠다!"
마침 그 관중은 해리 레드냅 코치의 바로 뒷 좌석에 있었고, 듣다 못한 레드냅은 "당신이 뛰면 채프먼보다 잘 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 관중은 당차게도 "당연하다"고 대답했고 레드냅은 "네가 더 잘할 수 있으면 해봐라"라며 그 관중에게 웨스트햄 유니폼을 입혀 후반전에 투입시켰다.
그리고 그 관중은 투입된지 얼마지나지 않아 골을 터뜨렸다.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일반 관객이 프로들이 뛰고 있는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것.
그 관중은 스티브 데이비스라는 웨스트햄의 열성팬이었고 실제로 아마추어 축구를 해봤던 사람이었다.
기자들이 "저 선수가 누구냐"고 묻자 래드냅 코치는 "불가리아의 국가대표 출신 티티셰프다"라며 거짓말까지 했다.
후에 레드냅은 토크쇼에 나와 "사실 티티셰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제가 지어낸 이름이었다"며 사실을 털어놓았다.
또 "단지 화가 나서 그랬던 건 아니었다"며 "공격수 리 채프먼이 부상을 당한 상황인데다가 교체가 필요한 선수가 4명이나 있어 후보선수들을 집어넣어도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 고민하던 중 소리치던 관중이 떠올랐다"고 했다.
스티브의 골에 힘입어 웨스트햄은 그날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 날 경기는 스티브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첫 5분은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경기 속도는 전에 경험했었던 아마추어 리그와는 너무도 달랐다. 내가 했던 말들을 후회했다"고 했다.
경기도 옥스포드 쪽으로 기울어지던 중 웨스트햄의 역습이 시작됐다.
이 상황에서 공이 상대 수비를 지나 스티브의 발 앞에 떨어졌다. 스티브는 "정신을 차려보니 환호성이 들렸다. 골이었다"고 감격을 표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는 없게 됐다.
이 사건 이후 곧 '선수등록법'이라는 규정이 생겨 정식 경기는 물론 친선 경기에서도 즉흥적으로 관중이 뛰어들어 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은 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웨스트햄 구단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해프닝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