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에 참가했다가 광화문 광장에서 팔을 잃어버렸습니다. 혹시 보신 분 있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민중 총궐기 촛불집회가 하루 지난 13일 밤 11시경 트위터리안 A씨가 올린 트윗이다.
지난 12일 촛불집회는 100만 여명의 인파가 몰렸음에도 매우 평화로운 시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무려 팔이 빠지는 부상이라니.
그런데 함께 올린 한장의 사진으로 다행이도 A씨 본인의 팔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팔을 찾아달라는 트위터리안이 올린 사진에는 만화 '하이큐!!'의 등장인물인 '히나타 쇼요'의 피규어가 팔이 빠진 채로 놓여있었다.
어떻게 피규어의 팔이 빠지게 된걸까. 도대체 이 피규어를 왜 시위현장에 가지고 나갔는지도 의문이었다.
A씨는 "저는 피규어를 들고 간 게 아니라 광화문에 가는 도중 인사동 가챠샵에서 뽑기를 했는데 이 피규어를 뽑은 것이다. 뽑기 케이스는 버리고 내용물을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팔만 빠진 것 같다"고 했다.
대규모 인파가 지나간 광화문 한복판에서 잃어버린 피규어 팔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다들 불가능할거라 생각하면서도 리트윗은 계속됐고 이 트윗은 1만회 이상 공유되며 퍼져나갔다.
그 결과 정말로 하루만인 14일 밤 11시경 "팔을 주웠다"며 팔 사진이 답 멘션으로 올라왔다.
팔을 주웠다는 트위터리안 B씨는 "집회 참가는 하지 않았지만 광화문역 근처 보도 블럭에서 주웠다"고 했다.
이어 "보도블럭에 뭔가 끼어있어서 주웠더니 팔 하나가 있어서 친구랑 악수하는 장난을 쳤는데 몇 초 후 친구가 근처에서 팔 하나를 더 주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A씨가 찾던 히나타의 팔은 아니었다. A씨는 피규어를 뽑고 나서 팔이 담긴 포장용 봉지를 뜯지도 않았는데 이미 팔은 개봉돼 길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볼펜 자국도 찍혀있었다.
B씨가 주운 팔은 '하이큐!!'의 또다른 등장인물인 '아오네'의 팔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A씨 말고 피규어 팔을 떨어뜨린 누군가가 또 있단 말인가.
B씨는 마침 팔이 없는 자신의 피규어와 꼭 맞길래 주운 팔을 끼워줬다. 그러면서 "저만 이득 본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고 A씨에게 위로를 건넸다.
A씨는 "괜찮다. 가챠샵 가서 하나 더 뽑아서 돌려 끼우겠다"며 B씨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아쉬운 마음이 남았는지 피규어를 뽑은 직후 찍었던 기념 사진을 올렸다.
이어진 위로와 리트윗에 A씨는 "정말 감사하다. 같이 슬퍼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찾는게 더 신기하지만 찾는다면 엄청날거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