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박중독자가 있었다
그는 매일 저녁
도박판에 나갔다
그의 노름은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가 매일 도박판에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금수저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 지역에서 알아주는
양반 명문가의 종손이었다
종손이 비참하게 사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그의 집안 친척들은
그가 가산을 모조리 탕진할때마다
돈을 모아 그에게 돈을 쥐어줬다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재기하길 바라며
그럼에도 그의 도박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결국 도박 때문에
시집 간 외동딸의 집에 있던
장롱까지 팔아먹고 만다
집안 말아먹을 놈
마을 사람들은
그가 명문가를 몰락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이름은 김용환
그가 살아있던 당시의 사람들은
그를 집안 말아먹을 도박중독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를 독립운동가 김용환 선생이라고 부른다
그의 도박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사실 자신의 재산으로
만주의 독립군을 지원해왔다
도박판에서 돈을 날리는 그의 모습은
재산의 행방을 추적하는 일본을 속이기 위함이었다
모두가 놈팽이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그는 사실 독립군을 든든하게 지원하는
독립투사였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독립군의 한 동지가 물었다
이제 만주에 돈 보낸 사실을 알려야하지 않나?
그가 대답했다
선비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
공공연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다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말로
부와 권력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안중근 의사의 아버지는
지역의 지주였고
김좌진 장군은
명문 양반가의 차남이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지배를 받던 시절
수많은 금수저들이 자신의 부와 권력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사용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되고 있었고
그것에 의해 대한민국이 세워졌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회 상류층에게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기는 커녕
최순실 게이트와 같이
부패하고 썩은 귀족들의 모습인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를 보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는 부를 가진 자와 결탁하고
부를 가진 자는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