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한 누리꾼이 좀 더 쉽게 담화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학 버전 담화문'을 내놓았다.
'대학 버전 담화문'은 교수와 학생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박 대통령을 학생에, 국민들을 교수에 비유했다. 또 실제 담화문에 담긴 표현과 담화문 발표 직후 박 대통령이 한 발언을 거의 그대로 담아냈다.
학생: 교수님 제가 기말과제를 안 했습니다. 교수: 이유가 뭔가? 학생: 교수님 제가 지난 18년간 오로지 이 대학에 오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수: 아니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가. 학생: 믿어주십시오, 저는 이번 학기 내내 어떠한 개인적 유희를 추구하지 않고 학업에 정진했습니다. 교수: 아니 그런 학생이 대체 기말과제는 왜 안 한 건가? 학생: 제가 주변 친구 관리를 소홀히 해서 놀기만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랬습니다. 교수: 그러면 자네에게 F학점을 줄 수 밖에 없네. 학생: 이제 저는 제 졸업 문제를 모두 교수님과 학과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장학재단과도 잘 협의하여 제게 조기 졸업장을 주십시오. 교수: 조기 졸업장?????? 학생: 다시 한 번 교수님과 이 대학에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며 저의 희망찬 졸업을 위해 학과 사무실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교수: 아니 대체 그게 뭔 소린가??????????? 학생: 여러 가지 오늘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가지 경위에 대해서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고, 또 교수님께서 질문을 하고 싶으신 것도 그때 하시면 좋겠습니다. 교수: ??????????????????????????????????? |
이 풍자문에 누리꾼들은 분노가 담긴 폭소를 터뜨렸다.
대학생의 말에는 죄송하다고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 관리를 잘 못해서 그런 것일뿐 '무엇을 왜 잘못했는지' 내용이 없었다.
이러한 점이 실제 담화문 내용과 꼭 닮아있어 누리꾼들은 "대학버전 담화문 맞네"라며 찰진 글솜씨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또 "자퇴하라고 하니 조기졸업을 시켜달라는 형국"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현실을 담아내기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글 속 대학생의 말이 너무나 논리정연하고 더듬거리는 것 하나 없다는 지적이었다. 어눌하고 뜬구름 잡는 말투로 해야 이미지 매칭이 된다고 했다.
위 내용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로 퍼져나가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다음은 박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문 전문이다. '대학버전 담화문'과 비교해보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분노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은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국민 여러분, 돌이켜 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해 왔습니다.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인지 옳은 것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시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 드립니다. (이 발언을 마친 후 기자가 질문을 하려 하자 "여러가지 오늘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다음에 여기도 말씀 드렸듯이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가지 경위에 대해서 소상히 말씀 드리겠고 도 여러분들께서 질문하고 싶은 것도 그때 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