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가 등장하는 일본의 만화
피안도
피안도에서 흡혈귀들은
인간을 피를 생산해내는
가축으로 취급한다
흡혈귀들은
인간을 속박한 채 생명을 유지할 정도만 되는
식량을 주면서 인간을 사육하고
흡혈의 때가 오면
안쪽에 가시가 달린 아주 작은 통에
인간을 집어 넣고
상처로부터 흘러나오는 피를 마신다
작가의 끔찍한 상상력에
피안도를 읽는 독자들은
공포를 느끼면서도
흡혈귀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만약
피안도에서의 끔찍한 흡혈 행위가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믿기 힘들지만 우리나라에는
피안도가 존재한다
현실에는 흡혈귀 대신
인간이 존재한다
피안도에서 흡혈귀들이
힘이 없는 인간의 피를 뽑듯이
현실에서 인간들은
힘이 없는 개의 피를 뽑는다
공혈견이라는 이름이 붙은
개들이 있다
공혈견은 수혈용 혈액을 공급하는 개로
공혈견의 피는
다치거나 병든 개들에게 수혈된다
우리나라에 있는 공혈견의 90%는
강원도에 있는 한국동물혈액은행에서
길러지고 있다
한국동물혈액은행에서 길러지는
공혈견들의 생활은
참혹하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약 300마리 정도 되는 개들이
비좁은 우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사육장은 청소가 되지 않아
바닥에는 배설물과 토사 흔적이 가득하다
먹이는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이며
식기는 녹조가 끼어있을 정도로 더럽다
열악한 사육환경 때문일까?
우리 속 공혈견들은
좁은 우리를 빙빙도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는 정신질환의 증상인 정형행동이다
이런 곳에서 생활하는
공혈견들의 정신이 파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혈견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이유는
관련 지침이나 사육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혈견에 대한 관리와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담당자와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공혈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죽을 때까지
피를 뽑히게 된다
인간을 작은 통에 넣고
인간이 죽을 때까지 피를 뽑는
피안도 속 흡혈귀들과
공혈견을 더러운 우리 속에 넣고
공혈견이 죽을 때까지 피를 뽑는
현실의 인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