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밀회는 ‘밀회’의 주인공인 유아인이 20살, 김희애가 40살이라는 설정을 반대로 뒤집어 개그 포인트를 잡아낸 코너다.
41살의 김대희가 20살 유아인으로 분해 나오는 대목부터 웃긴다. 반대로 40대 김희애를 맡은 김지민은 84년생으로 김대희보다 10살이나 어리다. 그런데 김지민은 김대희를 드라마 <밀회>에서처럼 어린 아이 대하듯 한다.
그래서 김희애를 연기하는 김지민은 자꾸 유아인을 연기하는 김대희를 의심한다. “뭐지? 딸 셋은 나은 것 같아.”, “뭐지? 스마트폰을 쓸 줄 모르는 것 같아” 등 김대희의 눈빛과 말 속에서 유아인이 아닌 실제 김대희를 떠올리며 관객의 폭소를 이끌어낸다.
이렇게 김대희와 김지민 간의 금지된 사랑은 드라마 밀회 속에서의 끈적하고 묘한 긴장감과는 다른, 의혹과 이상한 느낌으로 점철된 긴장감으로 탈바꿈했다.
김지민의 의혹은 김희애의 남편역으로 나오는 김대성의 오버액션에서 폭발한다.
부인의 외도를 의심하는 남편 김대성은 유아인 역할의 김대희를 겁박하고 하대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절로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갖추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본능에 사로잡힌다.
드라마 <밀회>를 패러디한 방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원작 속 화제의 포인트인 ‘나이 차이’에 대한 역발상으로 웃음의 코드를 재편성한 솜씨가 정말 놀랍다. 이제는 개그콘서트의 최고참이 된 김대희의 오랜 무대 생활에서 탄생한 수준 높은 무대가 아닐까 싶다.
<쉰밀회>는 한마디로 관록이 넘치는 무대다. 그동안 드라마를 패러디한 개그 코너는 수없이 많았지만 <쉰밀회>는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의 코너로 기록될 것 같다.
감상해보자. 드라마 밀회를 봤다면 정말 웃길 것이고,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