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일주일만에 5백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택시 '차량번호'의 의미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극중에서 김만섭(송강호)이 어린 딸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려고 하자 황태술(유해진)이 그 앞길을 막고는 차량 번호판 하나를 건넨다.
황태술은 "공수 놈들이 서울택시는 다 잡아들인다 안 허요"라며 김만섭이 차량번호판을 바꾸도록 한다.
과거 차량번호판에 지역을 표시하던 시절 서울 차량번호판을 달고 다니면 군인들에게 눈에 띄어 잡혀가기 때문에 전남 차량 번호판을 달고다니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황태술이 건넨 전남 차량 번호판에 적힌 번호 '전남2 나 0310'에는 소름돋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우연인지 제작진이 의도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0310'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일 3월 10일과 일치했다.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구속 수감된 박근혜는 5개월 전인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이 내려져 탄핵됐다.
이후 탄핵된지 21일만에 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며 국정농단 사태에 관해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의미를 알게 된 관객들은 "역시 디테일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영화"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 송강호가 운전한 택시는 1973년식 기아자동차의 '브리사(Brisa)'라는 차종이다.
일본 마쓰다의 파밀리아를 바탕으로 기아자동차가 만든 '브리사'는 현대자동차의 '소니'가 출시되기 전까지 인기를 끌었던 차량이다.
1981년 단종된 '브리사'를 찾기 쉽지 않았던 영화 제작진 측은 외국 중고 거래 사이트를 샅샅이 뒤진 끝에 겨우 브리사 3대를 찾아냈다.
하지만 너무 낡아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였기에 결국 구형 아반떼에 브리사 차체를 얹는 등의 개조 끝에 '녹색 택시'가 완성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