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 의대 외상외과 교수가
세월호 침몰 당일 닥터헬리(Doctor Heli: 응급 의료 헬기)에서 찍은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이 강연에서 이 교수는
구조선들과 구조헬기들이 가라앉는 세월호 주변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자빠져 있다'고 표현하며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 교수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이송할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4억 4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이송비용이 문제가 되자,
"내가 낼테니 일단 이송하라"고 하면서
진정한 의사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지난 7일 CBS가 주최하고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797회)>
'세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에 출연한
이국종 교수는
세월호 침몰 현장에 출동해 닥터헬리에서 찍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자신이 느낀 울분을 담담히 토로했습니다.
이날(2014년 4월16일) 오전 11시 반에 (침몰 현장)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배가 가라앉는 것을 제 눈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봤다구요.
배 보이세요? 떠 있잖아요. 둥둥.
(세월호 주변에서) 대한민국의 메인 구조헬기들은 다 앉아 있잖아요.
왜 앉아 있을까요?
거기 있던 헬기들이 5천억원어치가 넘어요.
저만 비행하고 있잖아요.
저는 말 안 들으니까” 라고 하면서
당시 혼자 비행하면서 촬영한 현장 상황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그는 “구조, 구급은 고사하고 의료진이 탄 헬기에 기름 넣을 곳이 없었어요.
목포에 비행장이 사방에 있는데 왜 구급헬기에 기름이 안 넣어질까요?
왜 한국은 (응급 의료 헬기에) 기름을 넣어줄 데가 없을까?
일본은 쓰나미가 닥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도 헬기가 날아가는데...
공무원이 나빠서 그런 것 같으세요?
이게 우리 사회의 팩트라고요. 이때 그럼 여기만 나빠요? 해경만 나빠요?
이 날은 이렇게 (착륙한 채로) 앉아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괜히 비행시키다가
강원 소방의 우리 파일럿들 순직하게 만들어요?
이 때는 자빠져 앉아 있게 하다가 왜 나중에 비행시켰냐구요.
순직한 조종사는 전라도 한복판에 추락하면서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어요.
민가 아닌 곳에서 떨어지려고..
이게 우리가 자랑하는 시스템이에요. 팩트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부실한 시스템을 질타하면서,
의사로서 병원을 멈춰 파업을 하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저 의사로서 자신의 옆에 있는 동료를 보고 할 뿐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 했습니다.
(세월호 관련 내용은 상기 동영상의 16분 30초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체는 자기 체중의 2%에 해당하는 피가 몸에서 빠져나가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을 맞는데,
이 피의 양은 1.5리터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대적으로 적은 량의 출혈로도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응급의료헬기인 '닥터헬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응급의료 헬기'가 충분히 수급된다 하더라도,
산에서 헬기로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것에 대해
일부 등산객들이 자신의 "김밥에 모래가 들어갔다"고 민원을 넣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세상이 만만하지 않음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국종 교수가 의사가 된 동기는
부친이 6.25 전쟁 때
지뢰를 밟아 장애인으로 지내어
사회의 비정함을 느껴서라고 합니다.
또한, 이 교수는 2012년 MBC 스페셜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한 말씀이 의사로서의 자세에 대해 영향을 주었던 것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 교수의 어머니는
"별 볼일없는 수 많은 의사들 중에서도
네가 참 하바리인데,
네 주제에 다른 사람의 인생에
그 정도 임팩트를 낸다는 자체에 감사하라"
고 하셨답니다.
의사로서의 확실한 본연의 정체성과 겸손함을 갖춘 의사 이국종 교수.
이런 그도 의사들만이 가입하는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악의적인 비방으로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국종 교수, 그의 말대로
"세상은 참 만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