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사범대 출판부가 개정해 새롭게 내놓은 초등학교 성교육 교과서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부 학부모들은 "내용이 너무 파격적"이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6일 중국 매체 상하이스트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사범대학 출판부는 성교육 교재를 개정해 일선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이 교과서는 항저우(杭州)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 학생이 웨이보에 캡처해 올리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핫이슈가 됐다.
한 학부모는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쳐도 되는 거냐. 보는데 얼굴이 붉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문제의 교과서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 맨 첫장은 양성평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교과서는 여성들도 훌륭한 경찰과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으며, 남성들도 뛰어난 간호사와 유치원 교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생명의 탄생이란 주제에서는 어떻게 생명이 탄생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교과서는 "아빠와 엄마가 서로 사랑해요", "아빠의 음경이 엄마의 질로 들어가요"라는 설명과 함께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질을 통해 정자가 들어가 수정이 되는 과정을 단면도로 그린 삽화는 우리나라 생물 교과서나 가정 교과서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남녀가 침대에서 성관계를 나누는 장면, 질 속에 음경이 들어가 있는 순간을 그린 삽화는 일반적인 교과서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그 다음 장은 '부적절한 접촉'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교과서는 낯선 사람 뿐만 아니라 친척이나 평소 알고 지냈던 지인들도 부적절한 접촉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에는 삼촌으로 등장하는 한 남성이 여자 조카에게 "네 새 옷을 사왔는데 입어볼래? 지금 입은 옷을 벗겨줄까?"라고 하자 아이는 "저 혼자 옷을 입을 수 있어요, 아빠가 부엌에서 점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도우러 가야합니다"라고 답한다.
또한 여성이 남자아이에게 "정말 많이 컸구나"라며 "바지를 벗어서 아주머니에게 한 번 보여줘봐"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아이는 "안 돼요, 빨리 집에 가야해요"라고 하면서 단호히 거절한다.
여기까지가 초등학교 2학년이 배우는 교과 내용이다.
이외에도 4학년 교과서에는 동성도 연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5학년 교과서에는 사랑은 아름다운 감정이며 성병 감염을 막기 위해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현재 중국은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지는 않지만 이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중국 학생들은 일부 국가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임을 알게 된다.
6학년 교과서는 사람들이 모두 동성애자나 이성애자가 아니며 양성애자도 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결혼에 대해 "독신이든 기혼이든 당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은 당신의 권리이며 당신은 그 선택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중국 누리꾼들은 "교재에 있는 정보나 이미지들이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남자와 여자의 성관계를 묘사한 그림은 너무 지나치다. 19금을 9살에게 보여주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아이들이 미래에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 "마침내 중국의 성교육이 다른 나라를 따라잡았다"며 새로운 성교육 교재를 지지하고 있다.
논쟁이 커지자 교과서를 제작한 베이징사범대 출판부는 교과서를 제작한 배경에 대해 밝혔다.
출판사는 '초중고교 건강교육지도 지침'과 '국제성교육 기술지도강령'에 의거해 9년간 엄격한 설계와 테스트, 피드백, 수정 및 모니터링 단계를 거쳐 교과서를 개발했다면서 모니터링 결과 학생들의 성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했다.
출판사 측은 "중국에서 오랜 기간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아직도 많은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와 성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서 "우리는 진심으로 아이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