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가 한바퀴 굴러서
가시에 과일을 꽂아 훔쳐간다"며
수많은 사람들을 심쿵하게 한
그림들이 있다.
그러나 고슴도치가 과일을 훔쳐가는
습성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고슴도치가 식용으로 과일을 훔쳐간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한 수많은 기록들에는
숨겨진 상징과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고슴도치가 무언가를 훔쳐가는 방법'이라며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된 주제가 있다.
바로 고슴도치가 오이를 등쪽 가시에 꽂아
훔쳐간다는 내용이다.
"고슴도치가 외 훔쳐가듯~"
고슴도치가 오이를 훔치는 법은 굉장히 카와이함. 오이 옆에 나란히 선 후, 몸을 옆으로 굴려 자신의 가시에 오이가 박히게 하는 것. 넘나 귀엽지 않나요? 조상님은 이미 여기서 모에를 잔뜩 느끼고 그림도 잔뜩 그려두셨음. pic.twitter.com/GUWTYurN8F— 원양씨 (@oneyangsee) 2017년 11월 17일
오이 옆에 나란히 선 후 몸을 굴려
가시에 오이가 박히게 하며
오이를 등에서 빼서 나눠먹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이런 장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옛날부터 그림으로도 남아있었다.
조선시대 민화 여러장에는 오이와 가지가
등에 꽂혀있는 고슴도치가 등장했고
서양 중세시대 그림에도
사과와 포도를 얹은 고슴도치가 그려졌다.
고슴도치들 열매훔치는건 어디서나 다 똑같았나봐 1320년대에 사과훔치는 고슴도치 ㅋㅋㅋ pic.twitter.com/DjlGHenw5m
— 푸둠캣(수능맨) (@pudum_cat) 2017년 11월 17일
이건 중세에 포도훔치는 고슴도치 ㅋㅋ존나귀여워ㅠㅠ pic.twitter.com/tESgsxUfUG— 푸둠캣(수능맨) (@pudum_cat) 2017년 11월 17일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은
"고슴도치가 가시에 과일을 꽂아서
훔쳐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슴도치가 과일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는 반론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고슴도치의 가시는
오이를 짊어질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지도 않으며 고슴도치는
곤충을 주식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고슴도치가 오이를 지고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고슴도치의 가시는 오이를 짊어질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지도 않고 쉽게 빠지며, 결정적으로 고슴도치의 주식은 곤충이다. 근데 왜 이런 그림이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움. pic.twitter.com/0UeVbOuhwn— 준치 (@TheMGofR) 2017년 11월 17일
실제로 고슴도치는 야채와 과일도 먹지만
곤충을 더 주식으로 삼는다.
오히려 과일을 일주일에 4회 이상
먹으면 안 좋다는 경고성 조언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과일을 훔치는 고슴도치 그림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손철주 미술평론가는 지난 2012년 펴낸
도서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에서
민화 '고슴도치와 오이(17C, 홍진구 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손철주 미술평론가는 지난 2012년 펴낸
도서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에서
민화 '고슴도치와 오이(17C, 홍진구 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는 "고슴도치는 가시가 많아 다산을 상징하고
오이는 줄줄이 열리니 자식이 끊이지 않고
생긴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오이는 여름에 나는데 그림 한쪽에는
가을 꽃인 국화가 피어있다"며 "계절이 맞지 않는데
오이와 국화를 나란히 그린 이유가 있다.
오이는 다산, 국화는 장수를 상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그림은
'다복하게 자식 많이 나으시고
오래오래 장수하십시오'라는
덕담과 기원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슴도치 해외 전문 사이트 '헷지호그-레스큐'는
등에 과일을 얹은 고슴도치를 그린 중세시대 민화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이는 중세시대의 미신이며 만약 사과가
등에 얹혀 있는 고슴도치를 보게 된다면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사실 고슴도치들은 원치 않았을 것"
영국의 고슴도치 전문 사이트
'그레이스더헷지호그'는
"고슴도치들은 동면을 대비해
지방을 축적하려고 비상식량을
모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사과즙으로 기생충들을 없애려고
사과를 몸에 문지르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했다.
또 "고슴도치가 우유를 마시는 그림이
종종 보이지만 사실 고슴도치에게는
유당불내증(우유 성분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고슴도치가 실제로 우유를 마시고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 우유는
유당을 제거한 락토 프리 제품이다.
하지만 과일을 운반하고 우유를 마시는 등
사람과 비슷한 습성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일부 화가들에게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어서 그림으로 남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귀엽게만 봤는데
사실은 안쓰러운 상황이었다"
그냥 보기엔 과일 좋아해서 가져가는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구나" 등 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