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인근 주민들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야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7일, 광주지법 제13민사부(부장판사 허상진)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이하 챔피언스 필드) 인근 아파트 주민 656명이 야구장 신설에 따른 빛, 소음공해, 교통 불편 등을 호소하며 광주시와 KIA 타이거즈 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챔피언스 필드는 1982년~2013년 KIA(전 해태) 타이거즈 홈구장으로 사용된 무등경기장 바로 옆에 2014년 2월 신축됐다.
수용인원은 2만 7천여명으로 인근 H아파트와는 100m 떨어진 위치에 들어섰다.
2003년 준공한 H아파트는 16~20층 규모로 4개 동, 34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주민 655명은 "도심 한복판에 야구장을 지어 경기가 열릴 때마다 소음과 빛 공해로 고통 받고 있다"며 지난 2015년 9월 광주광역시와 KIA 타이거즈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주민들은 광주시와 KIA 구단에 피해 저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응원이나 확성기 사용 자제 등 '소극적인 대처'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소송 금액은 1인당 평균 95만원, 총액 6억2천600만원이다.
야구장 소음과 관련된 첫 사례여서 많은 관심이 집중됐고, 현장 검증까지 이뤄졌다.
특히 체육시설과 관련된 소음 공해와 관련된 규정이 없어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재판부는 "야구장의 소음은 사업장과 공사장 등지에서 발생하는 일반적 생활소음이나 교통 소음, 항공기 소음 등과는 달리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관중의 함성, 응원가 소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법상 생활소음 규제 기준이 없다. 소음·진동관리법이나 환경정책기본법에서 정하는 소음 규제 기준을 넘는 소음이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민사상 '참을 한도'를 넘는 위법한 침해행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H아파트 주민 대표는 "소송까지 가게 된 것은 그동안 피해가 심했기 때문인데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소송이 이대로 끝나면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겠다는 것 밖에는 안 된다. 광주시, 구단과 해결 방안을 함께 찾고 항소를 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의 프로야구 홈구장들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우가 많다.
고척 스카이돔처럼 '돔 형태'라 예외인 경우를 제외하면 잠실, 부산, 광주, 창원, 수원, 등 5개 구장이 아파트에 둘러 쌓여있다. 마산과 대전의 경우 아파트는 아니지만 주거지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소음의 피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곳은 인천 SK행복드림구장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 뿐이다.
단, 잠실야구장은 예외적으로 주변 아파트의 민원으로 인해 오후 10시 이후에는 응원에서 앰프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