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택시 이용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범죄 위협에 노출되는 택시 기사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10여년 전 택시 기사를 위해 도입된 '택시 비상방범등' 제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12에 신고전화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한 경우는 2천만 건이 넘는다.
그런데 이중 택시 비상방범등을 보고 신고한 사례는 단 한 건 도 없었다.
택시 비상방범등은 택시기사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운전석 아래 버튼을 누르면 택시 지붕에 있는 갓등에 빨간불이 5초 간격으로 깜빡깜빡 빛난다.
택시 갓등에 노란 불이 들어오면 '빈차'라는 뜻이고, 불이 꺼져있다면 손님을 태우고 운행중인 택시다.
하지만 갓등이 붉은색으로 깜빡거린다면 택시 기사가 범죄에 노출됐다는 뜻이다.
이처럼 택시 기사가 비상방범등을 통해 위험 상황을 알리고, 바깥에서 이를 본 시민들이 대신 112에 신고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비상방범등이 모든 택시에 설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들은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전구를 빼놓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
또한 시민들에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잘 모를뿐더러, 실제로 빨간등 택시를 봤다는 목격자 또한 거의 없어 택시 비상방범등은 마치 "빨간등을 켜고 달리는 택시를 본적이 있냐'며 일종의 '도시괴담'처럼 떠돌았다.
실제로 4년 전 강원도의 한 택시업계에서 비상방범등을 켠 채 모의훈련을 실시했으나 대부분의 시민들이 빨간 등의 존재 자체를 몰라 112신고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택시 비상방범등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편의점처럼 버튼을 누르면 바로 112에 자동 신고 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택시의 경우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신고 즉시 GPS 추적이 가능하도록 해 경찰이 빨리 위치를 파악하고 출동할 수 있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버스나 택시 등 공공운송기사를 폭행해 입건되는 경우는 연평균 3천건이 넘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