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통을 금지하자 학생들이 서로를 비교하며 따돌리는 일이 없어졌다”
학생들이 열등감을 이겨내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놀라운 효과를 낸 '필통 금지' 프로젝트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다수 외신들은 영국 세인트 월프리드 초등학교가 학생들이 필통과 필기구로 빈부 격차를 느낀다고 판단해 필통 소지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한 재단의 지원을 받아 통일된 형태의 문구류를 제공하고 있다.
필통 소지만 금지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멋진 옷을 입고 오는 ‘드레스-업 데이’도 없앴고, 같은 가방을 메도록 했다.
이 학교의 폴린 존스톤(Pauline Johnstone) 교장은 “친구들과 옷이 비교된다는 이유로 체육 시간에 빠지는 학생도 많았다”며 이런 정책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교복 정책의 일환으로 규정 가방을 매도록 했다”며 “몇몇 학부모가 특정 가방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규정이 시행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선생님들은 이제 더 이상 학생들에게 “지난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존스톤 교장은 “필통이 금지되면서 책상 위에서 아이들이 서로를 비교하는 일이 없어졌고, 그에 따라 연쇄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긍정적 결과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규정이 시행되고 나서 결석하는 학생도 줄었고 긍정적 결과들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학생들도 비슷한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학생들은 서로의 소지품을 비교하면서 압박감에 시달렸고 종종 왕따로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번사이드 학교에 다니는 제이슨(Jason, 14)군은 BBC에 “평소에 값비싼 물건이 없으면 조롱당하곤 했다”고 말했다.
헤리스(Harris, 15)군은 “최고의 것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학교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물건을 가진 학생들의 무리가 있었는데 그 무리는 이제 사라진 듯하다”며 “이제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몸소 느낀 긍정적 결과를 설명했다.
세인트 월프리드 초등학교는 교육단체인 칠드런 노스 이스트(Children North East)가 주관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교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일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배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칠드런 노스 이스트의 대표인 제레미 크립스(Jeremy Cripps)는 이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행동을 개선하는 한편 더 많은 학생이 다양한 교과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언제나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교육이라고 말한다”며 “학교 시험을 잘 보고 더 많은 교육을 진행할수록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런 기회를 이용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내용에 누리꾼들은 "우리나라도 도입했으면 한다", "학생 때 좋은 필기구 사모으는 거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등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내용에 공감하고 있다.
한편 현재 이 프로젝트에는 약 100여 개 이상의 학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