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사랑하는 내 조국이지만, 동시에 난 베트남의 감독이다. 베트남 감독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
박항서 감독이 4강전에서 만나는 한국팀에게 냉철한 선전포고를 던졌다.
지난 27일(한국시각)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시리아를 1-0으로 이겨 4강에 진출했다.
4강에 진출한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조국 한국과 결승티켓을 놓고 싸울 예정이다.
박항서 감독은 조국 한국을 넘어야하는 4강전에 대해 "울지 않을 것이다. 정말 이상하다. 내 조국은 한국이고, 난 조국을 너무 사랑한다"며 내심 복잡한 심경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난 현재 베트남 대표팀의 감독이다. 베트남 감독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과 베트남의 4강전은 8강전이 끝나고 불과 2일 후에 진행된다.
박 감독은 "하루 쉬고 경기하는 것은 한국도 똑같다. 두 팀 다 연장전을 해 체력 소모도 같다. 지금 상태에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회복하는지가 중요하다. 거기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봤다.
이어 "코칭스태프가 한국 경기를 비디오로 분석하며 한국 선수들을 잘 분석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분석하겠다"고 승리를 조준했다.
또 베트남 대표팀을 두고 박 감독은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들을 한국전에 세우겠다. 골키퍼를 포함해 19명의 선수가 있다. 누가 나와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대부분 경기를 잘해줬다. (벤치에 있는) 쯔엉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K리그 감독 시절부터 친했던 김학범 감독과 맞대결하는 느낌은 어떨까.
박항서 감독은 "김학범 감독과 지금도 같은 호텔에 있다. 어제도 그제도 만났다"며 여전히 가까운 사이임을 드러냈다.
그는 "김 감독은 K리그에서 경험이 많다. 한국의 퍼거슨이라 불릴 정도로 지략가다. 충분히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능력 있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K리그 동료로서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멋진 경기를 펼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명승부를 다짐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의 지휘봉을 잡은 뒤 "행복하고 즐겁게 일한다"면서 "가지고 있는 생각,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전하려고 할 뿐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는 베트남 정신을 공유하는 '나'가 아닌 '우리'라고 강조한다. 팀으로 모였을 때 단결심이 강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선전의 비결을 밝혔다.
1958년 인도네시아 동메달 이후 44년 만에 동남아 국가로서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하는 베트남.
그에 맞서 군 면제와 전국민적인 기대를 받고 우승을 노리는 한국.
오늘 저녁 6시 두 팀이 겨룰 명승부에 아시아인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