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이 부모님을 잃은 초등학생은 소송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약점을 잡아 수천만 원 소송을 제기하고 억대빚을 떠안기려 해 네티즌들의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한화손해보험 측은 사과에 나섰지만 네티즌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이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문철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에서 한화손해보험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A(12) 군 아버지는 지난 2014년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다. 베트남인 어머니는 사고 전 베트남으로 말도 없이 떠나 연락이 끊겼다.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은 A 군 아버지 사망보험금 1억 5000만 원을 A 군 어머니와 A 군에게 각각 6 대 4 비율로 지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화손보는 A 군 어머니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9000만 원을 6년째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6000만 원은 A 후견인인 80대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A군은 고아원에 살면서 주말마다 할머니 집에 들렀다.
그런데 최근 한화손보 A 군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A 군 아버지 사고 당시 상대 차량 동승자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한화손보가 쓴 돈 5300만 원 중 절반 수준인 약 2700만 원을 내놓으란 것이다.
초등학생인 A군과 영문을 모르는 80대 할머니 등 유가족들은 소송 대응을 하지 못했고 결국 답변 기한인 14일을 넘겨서 보험사에 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2일 A 군에게 한화손보가 요구한 금액을 갚고 못 갚는다면 다 갚는 날까지 연 12% 이자를 지급하라는 이행 권고 결정을 내렸다.
현재 초등학생인 A군이 2700만원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이 판결대로라면 A군은 2700만원과 연이율 12% 이자까지 억대 빚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결국 지난 24일 A 군 사연을 알리며 도움을 호소하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14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사람의 목숨으로 돈 계산을 하는 보험사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화손보는 소 취하를 결정하고 사과에 나섰다.
한화손해보험 강성수 대표는 사과문에서 “회사는 소송을 취하했고, 향후에도 해당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를 하지 않겠다”며 “회사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너무 괘씸해서 사과해도 용서가 안 된다"며 여전히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어차피 구상권 청구 기간이 10년이다. 지금 청원 올라가고 시끄러워서 그렇지 나중에 슬그머니 다시 소 제기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음은 한화손해보험 측의 사과문 전문이다.
먼저 최근 국민청원에 올라온 초등학생에 대한 소송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과 당사 계약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 드립니다.
논란이 된 교통사고는 2014년 6월 경 발생한 쌍방과실 사고입니다. 당사의 계약자인 자동차 운전자와 미성년 자녀의 아버지인 오토바이 운전자간 사고였습니다. 당사는 사망보험금을 법정 비율에 따라 2015년 10월 미성년 자녀의 후견인(고모)에게 지급하였습니다. 다만, 사고 상대방(미성년 자녀의 아버지)이 무면허, 무보험 상태였기에 당시 사고로 부상한 제3의 피해자(차량 동승인)에게 2019년 11월 당사는 손해 전부를 우선 배상했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 중 오토바이 운전자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구상금 변제를 요청했습니다. 소송이 정당한 법적 절차였다고 하나, 소송에 앞서 소송 당사자의 가정 및 경제적 상황을 미리 당사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법적 보호자 등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였습니다.
이러한 점이 확인되어 회사는 소송을 취하하였으며 향후에도 해당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당사는 미성년 자녀의 모친이 직접 청구를 하지 않는 이상 배우자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할 적절한 방법이 없어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제라도 정당한 권리자가 청구를 하거나 법적 절차에 문제가 없는 방법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즉시 보험금을 지급할 것입니다.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되고 절차에 따라 정당한 권리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미성년 자녀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여 회사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 드리며, 보다 나은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