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유죄를 확정 받았다. 황당하지만 매우 타당한 이유다.
21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역병 입영 대상이던 A씨는 지난 2018년 입영통지서를 수령한 이유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사 결과 A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침례를 받기는 했지만 9년 동안 활동하지 않았다. 이후 입영통지서 수령 한 달 전부터 다시 종교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행동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종교 활동을 재개할 때는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를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을 시기였다. 또한 A씨는 2012년 입영대상자로 지정된 이후 복학과 자격시험 응시 등을 이유로 입영을 여러차례 연기했다.
게다가 재판부는 나름대로 A씨의 신념이 진실되지 않는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바로 게임이었다. A씨는 병역법 위반 수사를 받으면서도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 등의 게임을 즐겼다. 종교적 신념을 따른다면 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여기서 들통이 난 것이다.
재판부는 "A씨는 게임을 할 때는 양심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라면서 "총기 게임은 가상세계에서 캐릭터 등을 살상하는 것으로 현실과 다르다. 하지만 총기를 들 수 없다는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어 그 내면의 양심이 과연 깊고 진실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한 가지를 더 지적했다. 그는 과거 절도, 자동차 허위 판매, 음주운전 등의 전과가 있었다. "A씨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성서 교리에 부합하는 태도가 아니다"라면서 "각종 법질서를 위반한 A씨의 삶을 보면 종교를 따르고자 하는 양심이 진실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