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같다.
지난 9월 30일 KBS 2TV를 통해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비대면 관객 1,000명과 사전 진행한 콘서트를 안방으로 옮겨 온 이 프로그램은 오랜만에 공중파에서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했다.
나훈아는 중간광고 없이 무려 두 시간 동안 시청자들 앞에서 화려한 공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자리하기도. 특히 나훈아는 공연 도중 주옥같은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여러분 정말 우리에게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렇게 난리를 칠 때 우리 의사, 간호사 여러분, 그 외의 관계자, 의료진 여러분들이 우리의 영웅들입니다. 이분들이 없었으면 우리는 이걸 어떻게 헤쳐나갔을는지요. 우리 의료진 여러분들에게 큰 박수와 대한민국을 외쳐주십시오."
- 콘서트 도중 나훈아는 의료진을 향해 '영웅'들이라고 칭하면서 힘찬 박수를 유도해냈다.
"주름이 생기게 하는 가장 큰 범인이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아까 부른 신곡 중에 테스 형한테 내가 물어봤거든요.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아니 세월은 또 왜 저래? 물어봤더니 테스 형도 모른다고 하네요. 테스 형이 아무 말이 없습니다."
"세월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가 잘 모르긴 해도 이렇게 살다 보니까 세월은 그냥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가게 되어있으니까 이왕에 세월이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됩니다."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끌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여러분!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한테 끌려가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가본 데도 한 번 가보고 나는 죄는 안짓지만 파출소에도 한 번 캔 커피 사들고 '수고하십니다~' 하고 들어가서 파출소 구경하러 한 번 왔다고 하고 안하던 일을 하셔야 세월이 늦게 갑니다."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겁니다. 여러분도 저아 같은 마음이 되어주셔야 합니다."
- 나훈아가 말하는 세월에 대한 이야기. 여기서 언급되는 '테스 형'은 나훈아의 신곡 이름이자 소크라테스를 지칭하는 말이다. 마지막에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가겠다"라는 말이 멋있다.
"저보고 신비주의라고 그럽니다. 신비주의라뇨? 가당치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언론에서 만들어낸 얘기입니다. 꿈이 가슴에 고갈이 된 것 같아 11년 동안 여러분 곁을 떠나서 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랬더니 잠적했다 하고 은둔생활 한다고 하고 별의 별 소리를 다하죠."
"이제는 뇌경색에 말도 어눌하게 하고 걸음도 잘 못 걷는다고 하니까 내가 똑바로 걸어다니는 게 미안해 죽겠습니다. 한 1년 동안 제가 안보이면 또 잠적했다고 하고 이렇게 난리를 치니까…"
"우리 KBS가 정말 국민을 위한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정말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 모르긴 몰라도 여러분 기대하십시오. KBS 거듭날 겁니다."
- 자신의 신비주의 콘셉트에 대한 나훈아의 답변. 이 와중에 자신을 향한 언론의 시선을 유머러스하게 받아치고 KBS 정상화에 기대감까지 드러낸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힘듭니다. 우리는 많이 지쳐있습니다. 저는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IMF 때도 이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서 팔고 나라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세계에서 제일 1등 국민입니다. 여러분, 세계가 놀라고 있지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말을 잘 듣는지 미국이나 유럽 보십시오. 왜 저렇게 많을까요?
"여러분 긍지를 가지십시오. 분명히 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고요, 그래서 제가 제목을 '대한민국 어게인'이라고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에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나훈아의 이야기. 화려한 언변은 아니지만 솔직한 화법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뜨거워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