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다 달걀 한 판을 훔친 것이 왜 무거운 형벌을 받았을까?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달걀 한 판을 훔쳤다가 잡혀 재판정에 섰다.
A씨는 지난 3월 23일 새벽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시원에 들어가 달걀 한 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달걀 한 판을 훔쳐 '코로나 장발장' 사건으로 불렸다. JTBC가 이 사건에 대해 보도하며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때 A씨는 열흘 동안 굶주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비판이 일었다. 영국 BBC 특파원은 '한국 검사들은 배가 고파 달걀을 훔친 남성에게 18개월 징역을 구형했다. 이는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와 똑같은 형량'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런 형량을 구형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이전에도 절도 전력이 있었던 것을 고려해 상습누범절도 혐의를 적용한 것. 여기에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통장을 빌려주고 들어온 돈 55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불구속 기소도 돼 있었다. 그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다가 올해 2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달걀 절도 행각을 벌인 것.
검찰이 적용한 특가법은 절도 관련 범죄로 3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절도를 저지를 경우 누범으로 처벌하는 규정이다.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벌금형 규정은 없다. A씨는 동종 전과가 무려 9회 있었다.
그러나 결국 재판부가 선처를 했다. 재판부는 6개월 감형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관의 재량으로 형량을 낮춰주는 '작량감경'을 적용한 것. 그러면서 재판부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한 경위를 참작한다"라면서도 "그래도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