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이 장면이 일본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일본 나루히토 왕의 부인 마사코 왕비가 놀라운 장면을 연출했다. 일본의 왕실 사무를 담당하는 기관인 궁내청이 얼마 전 공개한 영상에서 나온 일이다. 이날 궁내청은 왕실 신년 영상 메시지를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개했다.
여기에는 나루히토 일왕과 함께 마사코 왕비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나루히토 일왕이 영상 초반에 "여러분 신년을 축하합니다"라고 말하자 마사코 왕비 역시 "축하합니다"라고 거들었다. 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 동영상은 약 6분 45초 분량으로 그리 길지는 않았다. 그리고 영상의 대부분은 나루히토 일왕의 발언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영상 막판에 약 30초 가량 마사코 왕비가 다시 한 번 발언을 했다.
마사코 왕비는 "이번 1년에 많은 분들이 정말 힘드셨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올해가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평온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또 이번 겨울 일찍부터 각지에서 혹한 추위나 큰 눈이 몰려오고 있다. 아무쪼록 여러분 부디 몸조심해서 지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말 별 거 없어 보이는 영상이다. 그저 일본의 왕이 국민들에게 새해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메시지다. 그런데 일본이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일왕의 옆에 왕비가 앉아있었기 때문.
일본 언론은 일왕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왕비가 함께 동석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사실 일왕이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아키히토 일왕이 처음 영상 메시지를 발표했고 2016년 8월 그가 퇴위를 표명한 것이 두 번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비가 나란히 앉은 것은 일본인들에게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특히 일본 왕실에서 왕비는 왕의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떠받치는 '헤이세이'를 굉장히 강조하는 곳. 그런데 이번에는 왕과 왕비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실 마사코 왕비는 일본의 엘리트 중 한 명이었다. 외교관 출신 아버지를 따라 유년 시절에 외국에서 오래 생활했던 마사코 왕비는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장래가 촉망받는 외교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나루히토 일왕의 결혼 상대자로 발표되어 지금까지 왕비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