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그 후 대처가 더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금 프랑스는 난리가 났다. 10여년 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 2008년에 벌어진 사건이 이제서야 밝혀지자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은 소방관 20명이 불과 13세 밖에 되지 않는 소녀를 2년 동안 무려 130차례나 성폭행을 했다는 것. 프랑스 국민들의 여론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줄리(가명)는 불안 발작 증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바로 소방관 피에르였다. 그는 줄리의 의료 기록에서 연락처를 찾아 메시지를 보내 줄리를 돕기 시작했다. 아니 길들이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그루밍'이라고 불 수 있다.
이후 피에르의 요구는 점점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피에르는 줄리에게 웹캠으로 나체를 촬영해달라고 요청했고 줄리는 이에 응했다. 문제는 피에르 뿐만 아니라 다른 소방관들까지 가세하기 시작했다는 것. 피에르는 줄리의 전화번호를 다른 소방관에게 넘겼고 그들 역시 줄리에게 똑같은 짓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 다음해 1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피에르는 줄리의 집을 찾아갔다. 그의 어머니가 외출한 사이에 피에르는 줄리를 성폭행했다. 이어 11월에는 줄리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동료 소방관 2명과 함께 줄리를 집단으로 성폭행했다. 악몽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이 사건 이후 무려 20명의 소방관들이 2년 동안 130차례 이상 줄리의 집에 찾아가 성폭행을 한 것. 이 사실은 2010년 7월 줄리가 어머니에게 털어놓으면서 조금씩 알려졌다. 그의 어머니는 곧바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피에르가 딸의 건강을 확인하러 온 줄 알았던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충격이었다.
이후 프랑스의 대처도 문제였다. 법원은 집단 강간 혐의로 기소된 소방관 3명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 그런데 이 수사만 무려 8년이 걸렸다. 결국 가해 소방관들은 2019년 7월에 강간죄 대신 '15세 미만 청소년과 합의된 성관계' 혐의로 기소됐다. 나머지 17명은 조사를 받지도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강간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강요 또는 폭력적인 강압이 있었다는 증명이 필요하다. 나이가 어린 여성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만일 증명하지 못하면 강간죄와는 또다른 성폭력 죄목이 적용된다. 강간죄는 법정 최고형이 징역 20년이지만 성폭력 죄는 7년에 불과하다.
결국 기소된 가해자 3명은 줄리와 합의된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고 1심 법원은 폭력적인 강압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나온 직후 줄리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지만 상급 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의 시민단체 등은 소방관 20명 전원 기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