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평균 연령 10세 어린이 MC들의 순수하고 동심 가득한 질문 세례에 진땀을 뺐다.
아이들은 해맑게 '나중에 대통령 할 거야?'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그건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못하는 거야"라고 특유의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5일 오후 MBC '누가 누굴 인터뷰' 첫 게스트로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프로그램의 MC가 평균 연령 10세 어린이였기에 돌발 질문이 주를 이뤘고, 평소 침착한 스타일의 이 대표는 연신 미소를 보이며 답을 했다.
만 69세의 이 대표는 어린아이들의 '넌 누구야'라는 질문에 "난 낙연인데, 내 친구들은 연이라고 해, 그렇게 불러도 돼"라며 "뭐 이렇게 많이 먹었나 싶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진 포즈가 마치 '마네킹' 같다는 지적에 "사실 비밀이 있는데 얼굴이 긴 게 싫어, 짧게 보이려면 웃어야 해"라며 연신 웃음을 드러냈다.
이어 아이들의 셀카 포즈 추천에 자신이 직접 휴대전화를 들고 촬영을 하는가 하면 최근 유행인 포즈도 직접 취하며 아이들에게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정치가 뭐야, 멸치 친구야?'라고 묻자 웃으며 "국가적으로 할 일이 있어. 나라 전체가 그런 걸 결정, 조정하고 의견이 다르면 맞춰가는 걸 정치라고 불러"라고 말했다.
인물 힌트로 거론된 '대통령'에 대해서도 아이들의 관심은 컸다. 이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당선하고 취임할 때까지 대변인으로 도와드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로서 도와드렸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나중에 대통령을 할 거야?'라고 질문하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라면 하는 거고 하지 말라면 못하는 거야"라고 답했다.
특유의 '아재 개그'도 꺼냈지만 아이들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대표는 '내 것은 내 것인데 남이 주로 쓰는 건?', '과일 중에 가장 뜨거운 과일은?'이란 퀴즈를 냈지만, 아이들이 금세 답인 '이름'과 '천도복숭아'라고 답하자 당황하며 웃기도 했다.
자신의 69년 인생 중 희로애락을 묻는 질문 중 가장 좋을 때로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를, 가장 슬플 때로는 '중학교 시절 2주마다 한 번씩 집에 왔다 다시 서울로 가야 해서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울었을 때'를 꼽았다.
그러면서 흙수저, 금수저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 대표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난 흙수저였지만 그래도 공부 할 수 있었어"라며 "근데 지금 나빠진 것이 우리 세대 책임 같고 내 책임 같고 그래"라고 말했다.
이에 아이들이 '엄마, 아빠도, 자식도 차별하고 놀리는 건 잘못됐다. 법을 바꾸면 안 돼?'라고 질문하자 "법으로 되는 것보다도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부모가 가난하시더라도 아이 공부에 지장 없도록 해야 하는데 욕심만큼 그게 잘 안 돼. 자랄 때부터 그런 의식 없이 섞여서 함께 하는 그런 식으로 성장하면 좋겠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고민으로 '낮은 목소리'를 꼽았다. 그는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답답하니까 낮은 목소리로 하면 답답하다 그런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퀴즈도 준비됐다. 아이들은 곧잘 답을 맞혔고 그 과정에서 이 대표가 '같이 일하는 사람이 열심히 해도 칭찬을 안 한다', '작은 것까지 기억해줘서 행복하다'는 동료 직원들의 증언도 쏟아졌다.
이 대표는 아이들에게 지구본을 선물하며 "책상 위에 올려놓고 늘 여러 나라를 상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 100초 인터뷰에서 그는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싶은 적이 있냐'는 말에 "있었지"라고 답했고, '다음 생에도 국회의원을 하고 싶어'라는 말엔 "딴 걸 하고 싶어"라고 답했다.
[사진] M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