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지나 드러난 사실이지만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동일본대지진 발생 10년을 맞이해 과거에 있었던 폭로가 등장했다. 최근 일본 NHK는 동일본대지진 10주기를 맞아 '묻힌 목소리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놀라웠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3개 현에 거주하던 여성들이 성폭행 피해를 당한 이야기였다.
동일본대지진은 일본 도호쿠 태평양 연안에서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초대형 지진으로 일본 국내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지진은 초대형 쓰나미를 불러와 도호쿠 연안 지역에서의 추가적인 대규모 인적, 물적 피해를 입혔고 결정적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원인이 됐다.
당시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사망자만 무려 15,901명이 집계됐고 실종자도 2,533명에 달했다. 여기에 무엇보다 40만채가 넘는 주택이 파손됐다. 따라서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 국가나 지자체가 마련한 대피소에서 한동안 생활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대피소에서 지속적인 성폭행이 일어났다는 것. NHK는 여성들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당시 지진으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은 저녁에 대피소로 음식이나 수건을 가지러 갈 때마다 대피소장이 "남편이 없어서 어떻게 하느냐"라며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여성은 당시 20대였다. 그는 "대피소에 있던 남자들의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라면서 "남자들이 어두운 곳에서 여성을 붙잡고 옷을 벗겼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너무 어려서 도와줄 수 없다며 다들 못본 체 했다"라고 폭로했다. 집단적인 성폭행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학대도 있었다. 한 여성은 여러 남자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제 와서야 입을 여는 이유에 대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가 죽임을 당하면 바다에 버려질까봐 걱정했다"라면서 "내가 사라져도 쓰나미에 휩쓸렸다는 이유로 찾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말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동일본대지진 당시 대피소에서는 성폭행이 매일 일어났다고 전해진다. 이후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여성 전용 상담 전화가 설치됐고 2013년부터 5년 동안 약 36만 건의 전화 중 상담의 50% 이상이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전화였다고. 그 중 40% 정도가 10대 또는 20대의 젊은 여성이었다.
심지어 NHK는 동일본대지진 뿐만 아니라 지난 1995년 일어난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성폭행 피해가 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재난 대피소 등 임시 숙소에서 여성들이 성범죄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 내에서는 이 방송을 계기로 재난 이후 각종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