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쯤 되면 왜 "꼬우면 LH 이직해"라는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LH 직원들이 출장비를 부정수급하는 것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문제는 출장비 부정수급 사례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5년차 미만인 이른바 '햇병아리 직원'들이라는 것.
서울신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은 LH 감사실로부터 'LH 임직원 출장비 부정수급 자체조사(조사기간 2020년 3~5월) 결과 및 부정수급자 근속기간' 자료를 확보했다. LH 직원들 중에 출장비를 부정으로 수령한 사례를 조사한 것.
일단 출장비 부정수급에 해당한 인원부터가 충격적이다. 당시 LH의 총 임직원수는 9,449명이다. 그 중에 출장비 부정수급을 저지른 인원은 2,898명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출장비를 거짓으로 타갔다는 것. 게다가 이들 중에 5년차 미만의 직원들은 무려 1,33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6.1%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5년차 이상~10년차 미만은 189명(6.5%)을 기록했고 10년차 이상~20년차 미만은 590명(20.3%), 20년차 이상~30년차 미만은 343명(11.9%), 30년차 이상은 439명(15.1%)이 부정수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출장비 부정수급 사례는 본사와 수도권 지역에 집중됐다는 결과도 함께 나왔다. 본사와 수도권 지역이 전체의 55.2%를 차지했다. 인천지역본부가 17.1%로 가장 많았고 본사가 16.6%, 서울지역본부가 13.8%를 차지했다.
이는 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연차 LH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얼마 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내부에서 신경도 안 씀'이라면서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 아무리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꼬우면 이직하던가"라는 글을 써 공분을 자아냈다.
해당 자료를 조사한 김은혜 의원 측은 "연차가 낮은 직원들의 출장비 부정수급 비율이 높은 이유는 LH의 조직 문화가 작은 비리에 얼마나 관용적이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면서 "내부의 작은 비리를 눈감고 덮어 주다가는 이번 LH 사태와 같은 더 큰 범죄가 또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