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비하 발언으로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사퇴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도쿄올림픽에 또 악재가 터졌다. 이번엔 여성을 돼지에 비유했다는 일명 '꿀꿀 스캔들'이다.
산케이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총괄 예술감독에 오른 사사키 히로시가 18일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사직 사유는 전날 주간지 '슈칸분슌' 보도로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출연 예정인 인기 코미디언 와타나베 나오미를 돼지에 비유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
슈칸분슌에 따르면 사사키 감독은 지난해 3월5일 도쿄올림픽 개회식 연출을 맡은 멤버가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다소 통통한 외모인 와타나베를 돼지로 분장시키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은 당시 단체 채팅방에 있던 한 여성 스태프가 "외모를 그렇게 비유하는 것은 기분이 나쁘다" "여성을 돼지에 비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해 곧바로 철회됐다.
하지만 슈칸분슌은 모리 전 회장이 여성비하 발언으로 사임, 전 세계가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일본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책임자가 여성 출연자를 차별적으로 다루는 연출을 제안한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 측은 "사실이라면 부적절하고, 몹시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하시모토 세이코 회장이 사실관계 조사 등을 지시하기로 했다.
그러자 사사키 감독은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이날 오전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사과문에서 사사키 감독은 "진심으로 반성하며 와타나베 나오미 본인과 이와 같은 내용으로 불쾌함을 겪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금 전 하시모토 회장에게 전화로 사의를 전했다"고 밝혔다.
사사키 감독의 갑작스러운 퇴장에 일본 각계는 황망한 반응이다. 산케이신문은 "대회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성화봉송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형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유명 광고회사 덴쓰의 임원 출신인 사사키 감독은 CF 감독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 때 도쿄올림픽의 예고편 영상을 제작했는데,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연출로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사진] 와타나베 나오미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