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검색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삼계탕을 검색해 봤습니다. 어떤 설명이 나올까요. 삼계탕은 고대 중국 광둥식 국물요리라는 검색 결과를 제공합니다. 뚝배기에 담긴 삼계탕 사진과 함께 '삼계탕은 고려인삼, 닭, 찹쌀로 만든 것이며 한국에 전파된 후 가장 대표적인 한국 요리 중 하나가 됐다'라고 소개하고 있죠. 중국이 김치, 한복, 판소리, 태권도의 중국 기원설을 주장한데 이어 삼계탕까지 건드리고 있습니다. 뿐만이 아니죠. 최근에는 인물까지 확대했는데 시인 윤동주까지 중국 사람이라는 주장을 펼쳐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삼계탕이 중국 광둥식 요리라는 그들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먼저 중국이 한국에 '삼계탕'을 전파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광둥성 지역에 유사한 형태의 탕요리가 많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광둥성에서는 덥고 습한 기후 탓에 닭, 돼지, 소고기와 채소를 오랜 시간 끓여내는 라오훠징탕이라는 약선 탕 요리가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라오훠징탕은 자른 닭고기와 약재를 함께 넣고 끓여 만드는 방식이며 그 이름부터 조리법까지 삼계탕과는 명백히 다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닭 요리는 닭백숙이 일반적이었고 일제강점기 들어 이른바 부잣집에서 닭백숙과 닭국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는 삼계탕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1960년대 이후 지금의 삼계탕 형태를 갖췄고 국내에서 삼계탕이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점은 1970년대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닭고기 안에 인삼, 찹쌀, 대추를 넣어 뚝배기에 끓여내는 요리법으로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지금의 삼계탕은 근대에 만들어진 한국의 대표 요리라는 설명이죠.
최근 이용호 국회의원이 중국의 이런 행태에 일침을 가했는데요. 요지는 중국이 이러다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까지 중국의 장군, 왕이라고 주장할 태세라며 비꼬았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듣고 저만 섬뜩했나요. 지금 시점에선 단순히 비유에 그칠지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중국이 이런 의도와 플랜을 갖고 동북공정을 하는 것이라면 우린 어떡해야 할까요.
사실 지난 1990년대 시작된 동북공정은 중국 내부적으론 성공했다고 봐야합니다. 아니, 이미 끝이 났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고구려가 중국 지방 정권이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중국 사람은 없습니다. 고구려를 상징하는 광개토대왕릉비는 중국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 됐죠. 한국이 이제 와서 고구려, 호태왕릉비를 외쳐봐야 귀담아 듣는 중국 사람은 없습니다.
중국은 대체 왜 이러는걸까요. 동북공정의 목적과 전개 과정을 살펴봐야겠습니다. 먼저 중국의 인구 구성과 영토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오늘날 중국은 정통 중국인이라고 하는 한족과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인구 구성으로 보면 한족이 전체 인구의 98%, 그리고 55개의 소수민족은 전체 인구의 2%에 그치고 있죠. 그런데 영토로 확장해보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98%의 이 한족은 중국 영토의 30% 정도에 머물며 살고 있고 2%에 불과한 55개 소수 민족은 전체 중국 영토의 70%에 걸쳐 살고 있죠.
중국의 불안함은 여기서 기인합니다. 동북공정이 시작된 1990년대 초반 세계 정세를 살펴보면 이해가 빠른데요. 구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공산권 국가들이 연달아 독립했던 일이 있었죠. 중국은 이를 지켜보면서 바짝 긴장하게 됩니다. 비슷한 일이 중국에서 펼쳐진다면 중국 영토가 쪼개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죠. 구 소련연방보다 충격파가 훨씬 클 것으로 예측합니다. 언급했듯 중국의 소수 민족은 전체 중국 영토의 70%에 걸쳐 퍼져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때부터 동북공정을 비롯한 여러 공정이 시작됩니다. 과거 한족만을 중국으로 인정했던 역사적 보편적 인식에서 벗어나, 현대 중국의 영토에 퍼져있는 모든 민족과 그 역사는 중국 것이라는 '하나의 중국'을 외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신장위구르, 티벳도 중국이고 대만도 중국이며 나아가 간도 지역의 조선족과 간도를 주무대로 삼았던 과거 고구려, 발해 왕조들도 하루 아침에 중국의 역사가 되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스토리는 어떨까요. 현재 북한의 경우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의식이 상당합니다.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인데요. 그도 그럴것이 북한의 수도 평양은 고구려의 두번째 수도였죠. 당연히 고구려 역사 관련 유물이 많습니다. 또 역사적으로 북한 최고의 영웅은 이순신 장군이 아니죠, 고구려 연개소문입니다. 우리가 이순신 장군을 국난을 극복한 최고의 성웅으로 모시듯 북한에서는 당태종을 위협했던 연개소문을 최고의 성웅으로 떠받들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생각도 해볼수 있지 않을까요. 머지 않은 미래 북한 정권이 무너지게 될 경우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현재의 북한을 중국의 새로운 성으로 삼으려는 계획 말입니다. 동북공정의 끝에 중국의 이런 플랜이 없다고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요. 실제 이 경우 중국이 30년간 펼치고 있는 동북공정은 하나의 명분, 아니 최고의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은 고구려라는 역사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라면서 말이죠. 이게 허황된 얘기로 들리시나요. 소설이라고요? 적어도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우리 의지와 바람대로 일이 술술 풀렸던 일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주변 강대국이 여전한 지금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북한 정권이 어느날 갑자기 붕괴된다면 과연 한반도에선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우리의 기대처럼 남한 주도로 북한을 흡수 통일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최소한 흡수통일 확률 보다는 앞서 언급했던 확률, 가능성이 더 높다고는 자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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