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을왕리 음주운전의 판결이 나왔다.
4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는 을왕리에서 음주운전을 해 50대 가장을 숨지게 만든 운전자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동승자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직 항소 여지가 남아 있지만 1차적으로 을왕리 음주운전 사건의 판결이 나온 것.
이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 중구 을왕동의 한 호텔 앞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던 여성 A씨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오토바이를 정면으로 들이 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쳐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그는 늦은 밤에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배달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사고를 낸 A씨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1% 이상으로 확인됐다. 음주운전인 것.
이후 목격자의 증언 등이 속속 공개되면서 국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사고를 당한 이후 A씨는 동승자와 함께 차에서 바로 내리지 않았고 변호사를 부르는 등의 뒷이야기가 등장했다. 경찰은 '윤창호법'을 적용해 A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동승자 B씨 또한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당시 상황도 속속 드러났다. 두 사람은 을왕리해수욕장 근처 호텔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말싸움을 벌였다. 화가 난 A씨는 "집에 가겠다"라고 호텔을 나섰다. 대리운전기사가 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B씨는 "일단 내 차로 가자"라며 자신의 승용차 잠금을 해제했다. 이후 A씨가 운전대를 잡았고 B씨가 조수석에 탑승했다. 그렇게 비극은 벌어졌다.
당시 검찰은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 했고 B씨는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교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음주운전 사고의 공범으로 보고 함께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여기서 진술이 한 차례 엇갈렸다.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 반면 B씨는 "음주운전 방조는 인정하지만 교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B씨가 술에 만취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특히 A씨는 "B씨가 대리운전이 잘 잡히지 않으니 편의점 쪽으로 가자고 했고 도착 후에도 더 앞으로 가라는 식으로 손짓했다"라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진술에 의문을 표했다. A씨가 호텔 주차장부터 편의점까지 가는 과정을 상세히 진술했지만 사고 직전 2분에 대한 기억은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 재판부는 "A씨가 당시 일어난 일을 선택적으로 기억해 진술하고 있다"라면서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A씨가 음주운전을 할 의도가 있다고 내다봤다. 재판부는 "A씨가 화가 난 상태에서 현장을 빨리 벗어나려는 마음에 차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탑승할 무렵 이미 음주운전을 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와 달리 두 사람에게 다른 형량을 적용했다. B씨가 공범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B씨에게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만 적용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이 사건에 관여한 정도만으로 A씨의 음주운전을 제지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