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를 읽고 국민의힘이 현 정부를 비판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9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이 책을 소개하면서 "야당에서 도대체 어떤 가치관과 판단기준을 가지고 지금 한국정부를 독재, 민주주의 위기,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저는 약간 이해가 됐다"며 "이 책을 읽다 보면 '아 그분들이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하는가' 국민의힘을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의 발언 내용만 들어보면 언뜻 야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유 이사장은 책을 소개하며 야권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책에서는 전체주의 행동을 가리키는 네 가지 주요신호를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등이다.
유 이사장은 그중에서도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항목에 공감을 표했다. 이 항목에는 △정치 경쟁자를 전복 세력이나 헌법 질서의 파괴자라고 비난 △정치 경쟁자를 국가 안보나 국민의 삶에 위협을 준다고 주장 △상대 정당을 근거 없이 범죄 집단으로 몰아세움 △정치 경쟁자가 외국 정부와 손잡고 은밀히 활동하는 스파이라고 근거도 없이 주장 등이 있다.
그는 "사실 정치의 경쟁도 시장에서 기업들이 하는 경쟁과 같다고 하는 시각이 있다"며 "정치세력들이 서로 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권자의 호감을 위해 다툰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은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기업들이 경쟁하는 것처럼 정당들은 지지율과 득표율을 올리기 위해 싸우는 것이고, 싸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싸움을 통해 우리 편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것을 넘어서 (상대편을) '없애버려야 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말살의 대상, 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북한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유일하게 상대방을 말살할 수 있는 것이(방법이) 북한하고 연관시키는 것"이라며 "분단 상황이 지속하는 한 우리나라는 '우파 포퓰리즘'이 없어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북한이 사회주의를 표방한 왕조국가라고 생각하고 막다른 골목에 있는 사라져야할 체제를 갖고 있다고 본다"며 "그런데 (이와 별개로)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김아무개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해 개XX라고 해봐'라고 요구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책은 미국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와 대니얼 지블랫이 공동 집필했고 2018년 1월 미국에서 출간해 같은해 10월 번역 후 국내에서도 판매됐다. 독재자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들어 소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진] 노무현 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