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방송(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고 있는 방송인 김어준씨를 퇴출하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 동의가 15만명을 넘어섰다. 실제로 김씨가 TBS에서 퇴출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주세요' 청원은 청원이 시작된 지난 9일에서 3일이 지난 이날 11시10분 현재 15만3208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서울시 교통방송은 말 그대로 서울시의 교통흐름을 실시간 파악해서 혼란을 막고자 교통방송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김어준은 대놓고 특정 정당만 지지하고 반대 정당이나 정당인은 대놓고 깎아내리며 선거나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TBS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시사 프로그램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선거 유세 기간 중 "김씨가 (방송을) 계속 진행해도 좋다"며 "다만 교통 정보를 제공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청원은 게시 30일 이내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각 부처 및 기관의 장, 청와대 수석·비석관들이 이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이같은 국민청원의 결과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TBS가 예산 측면에서는 서울시에 거의 대부분을 의존하긴 하지만, 서울시의 인사권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 '독립법인'인' 탓이다.
현재 TBS는 서울시 사업소가 아닌 서울시의 출연 기관으로서 '독립법인'이다. 앞서 지난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의 'TBS 독립법인 변경 허가' 의결에 따라 TBS는 지난해 2월 '서울시 미디어 재단 TBS'로 출범했다.
독립재단인 TBS의 고위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임명·해임한다. 임원추천위원회 7명의 임명권은 △서울시장(2명) △TBS이사회(2명) △서울시의회(3명)이 각각 갖고 있다.
서울시 의회와 TBS이사회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서울시장의 의사가 있더라도 인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 이들이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TBS 고위임원 역시 해당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파성을 부인한 바 있어 TBS이사회의 동의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강택 TBS 대표는 지난 2019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해당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성 지적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 시의성, 뉴스가치에 따라 미디어 전문성 논의로 파악하지 정치적 기준으로 좌우를 판단하지 않는다"며 "다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이도록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TBS는 독립재단이긴 하지만 독립재단으로 출범한 지난해에도 전체 예산 505억원의 76.8%인 388억원을 서울시 출연금으로 충당했다. 여전히 서울시 예산에 기댈 수밖에 없는 '반쪽 독립'인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예산을 편성하지만, 예산안에 대한 심의·의결은 서울시의회를 거쳐야한다. 서울시가 국민청원에 따라 예산을 무기로 TBS를 움직이려 해도, 민주당 소속이 절대다수인 서울시의회에서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오 시장이 김씨에게 주문한 "교통정보만 제공하라"는 요구 역시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한 방송법 제4조를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을뿐더러, TBS 측 공식 입장 역시 "TBS의 시사보도는 적법하다"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일 박대출 의원(국민의힘)이 페이스북을 통해 "TBS의 시사 보도는 불법"이라는 주장을 제기하자 TBS 측은 "방통위가 배부한 TBS의 방송허가증에는 교통과 기상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이라고 명시돼 있고, TBS에 금지하고 있는 것은 상업광고방송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며 반박한 바 있다.
[사진] T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