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27년간의 결혼생활 끝을 알린 빌 게이츠 부부에 대해 진짜 이혼 원인이 무엇인지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부부는 트위터 메시지에는 "우리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것이 너무 막연하기 때문이다.
영국 피플지는 이날 부인 멀린다 게이츠가 워싱턴주 킹카운티에 제출한 이혼 청원을 입수해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결혼 파탄'(irretrievably broken marriage)의 이유로 위자료 없는 이혼을 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이란 부부 중 한쪽 또는 양쪽이 상대방 누구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결혼 관계가 단순히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멀린다는 신청서에 "우리의 결혼을 종결하고 우리 부부 공동체가 이혼 합의서에 명시된 날짜에 끝남을 밝혀줄 것을 법원에 요청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위자료는 필요하지 않다"고도 적어 위자료가 필요한 어느 한쪽의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멀린다 측은 이날 오후 늦게 공식적으로 이혼청구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이혼시 재산 분할을 담은 혼전합의서를 작성하지는 않아 이혼 합의서에 따른 재산분할이 이뤄진다.
멀린다는 이날 자신과 빌의 재산 처분이나 보험 정책 변경 권한을 제한하는 임시 명령도 신청했다.
하지만 양측이 아무 문제도 없었다면 세 자녀를 둔 부부가 수십년간의 결혼 생활을 굳이 끝낼 이유는 없어 여전히 궁금점이 남는다.
미국 연예전문 니키스위프트닷컴은 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해 이번 일 전에도 두 사람이 결혼 생활에서 암초를 겪은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NYT에 "관계가 무너질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함께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2020년에 MS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러한 이전의 마찰을 겪은 빌이 가족과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멀린다는 또한 2019년 영국 런던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부의 결혼생활에서 평화롭지 못했던 순간들을 언급하며 애당초 결혼에 대해 빌이 우유부단했다고 털어놓았다. 멀린다는 "그는 결혼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그 고민은 확실히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장과 가정생활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멀린다는 상세한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결혼생활 중 느꼈던 고충도 토로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 결혼 생활에서는 믿을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나날이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이것(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2013년 멀린다가 빌에게 두 사람이 공동으로 설립한 빌앤멀린다 게이츠재단의 연례 서한을 공동 명의로 작성하자고 제안하는 과정에서 큰 다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멀린다는 2019년 집필한 저서 '끌어 올려야 할 때'(The Moment of Lift)에서 "논쟁이 뜨거워졌다. 빌은 그동안 연례서한이 수 년동안 재단을 위해 잘 작동하며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왜 바꿔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사진] 빌 게이츠 부부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