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앓던 호주 출신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반려견을 악마로 믿고 잔혹하게 살해해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았다.
2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매체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지난해 1월 3일 싱가포르인 아내 크리스티나 쿠(43)와 생후 10개월 된 반려견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폴 레슬리 쿼크(49)가 이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쿼크는 자택에서 아내를 폭행하고 흉기로 목을 찔러 살해한 뒤 반려견 역시 흉기로 찔러 3층 발코니 밖으로 던졌다.
경찰이 도착하자, 쿼크는 피로 범벅된 문 앞에서 "나는 예수 그리스도"라면서 "아내는 악마였고 개는 악마를 되살리는 정신적 동반자였다"고 주장했다. 아내와 반려견을 살해한 이유가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쿼크는 지난 2016년 싱가포르로 이주해 2017년 8월 크리스티나와 결혼한 뒤 현지 수족치료전문의로 근무해왔다. 그는 크리스티나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도 입양해 키우고 있었다.
결혼 전력이 있던 쿼크는 2001년 이혼 후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그는 2005년부터 환각 증세를 보이는 등 병세가 심해지면서 '죽음을 통해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위험한 믿음을 갖게 됐다. 이러한 믿음은 자해 행위로 이어졌고 쿼크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 쿼크는 항정신병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증세가 호전되기도 했으나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지키지 않으면서 정신질환이 악화됐다.
쿼크와 크리스티나는 자주 다투는 편은 아니었다. 다만 쿼크의 재판을 맡은 앙드레 총 부검사는 "두 사람은 쿼크가 호주에 있는 전 부인에게 보내는 이혼 수당 문제로 가끔 말다툼을 벌였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전날인 지난해 1월 2일 밤에도 두 사람은 집에서 부부싸움을 벌였다. 홧김에 짐을 싸서 집을 뛰쳐나간 쿼크는 호주에서 온 그의 가족이 지내고 있던 다른 집으로 향했다.
당시 쿼크는 자신의 형제에게 "아내와의 관계에 부담을 느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결혼 생활을 지키라"는 조언을 들은 쿼크는 다음날 새벽에 동생과 함께 크리스티나가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부부는 이날 낮에 함께 가톨릭 영성 센터를 방문했고, 이 때 쿼크는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기회가 있다'는 환청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도 환청은 계속됐고 끝내 이 환청은 '아내는 악마다'라는 극단적인 목소리로 변했다.
결국 아내를 해치기로 마음먹은 쿼크는 집 안에 있던 칼리(동남아 전통무술) 스틱을 들고 아내를 폭행했다.
크리스티나가 안방으로 달아난 뒤 쓰러지자, 쿼크는 부엌에서 칼을 꺼내 그녀의 목을 반복해서 찔렀다. 이후 반려견도 죽인 쿼크는 자신의 동생에게 "끝났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쿼크는 잔혹한 범죄의 가해자임에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감형되면서 징역 10년 형을 받는 데 그쳤다.
[사진]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