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빨리 할 걸 왜 질질 끌었을까.
충남 서산의 한 공군 부대에서 여성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2일 오전 A중사는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A중사는 숨지기 하루 전날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법적으로 부부가 된지 하루 만에 숨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A중사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는 성범죄가 있었다. A중사는 부대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 3월 2일 선임인 B중사에게 억지로 저녁 자리에 불려 나갔다. 이 자리가 끝난 이후 A중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 뒷자리에서 B중사에게 억지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다음 날이 되자 A중사는 전화로 부대에 신고하고 자발적으로 자신을 전출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A중사는 이틀 뒤 두 달여 가량 청원휴가를 떠났다. 이후 지난 18일 청원휴가를 마치고 전출간 부대로 출근을 시작했지만 나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되고 말았다.
이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유족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A중사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수십만 명이 여기에 동의했다. 그러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유족들을 찾아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특히 그는 "특별 수사단이라도 꾸려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약 석 달 동안 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군 군사경찰에 따르면 A중사는 사건 발생 하루 뒤에 상사에게 알렸고 이후 준위까지 보고가 됐다. 하지만 같은 날 저녁이 되어서야 준위는 대대장에게 보고를 했다. 특히 해당 준위는 성추행 피해 보고를 받고도 A중사와 저녁식사를 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따라서 준위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부실 수사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공군 군사경찰이 준위가 대대장에게 늑장 보고를 한 것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부실 수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A중사는 민간인 성 고충 전문상담관과 약 22회의 상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중사는 상담 중이던 지난 4월에 상담관에게 "자살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중사는 2주 동안 6회 가량 지역의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과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A중사가 세상을 떠나자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것. 공군 검찰은 조사를 계속 미뤄오다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빠르게 조사를 시작했다. 또한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사건 수사 주체를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나서 국방부 군사보통법원은 2일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B중사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B중사에 대한 신병 확보와 법원의 영장 발부까지 하루도 되지 않아 이루어진 것. 이렇게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무려 석 달을 끌었다는 점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