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상대로 두번째 입국거부 처분을 제기한 가수 유승준씨(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5) 측이 "사증 거부는 (유씨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깡그리 무시하고, 미국 LA주재 한국총영사관(LA총영사관) 측에서 (과도한)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정상규)는 3일 오후 3시31분 유씨가 LA총영사관을 상대로 제기한 여권 사증 발급 거부 처분취소 소송의 1회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유씨 측 대리인은 "대법원 판결 후 행정청이 유씨의 시민권 신청을 거부한 것은 판결의 기속력(확정 판결에 부여되는 구속력)에 반한다"며 "그간 유씨는 '병역면탈'을 사유로 여권 발급이 거부됐는데, 이번에는 국가안전보장, 공공복리 등 새로운 사유가 추가돼 거부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유씨는 병역면탈을 목적으로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며, 적법한 절차로 시민권을 획득했다"며 "이 사건 처분이 개인에게 미치는 불이익과 공익을 고려해봐도, 이 사안이 약 20년간 문제가 될 사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승준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다들 유씨의 '병역논란'은 알 정도"라고 덧붙였다.
LA총영사관 측 대리인도 "유씨의 대법원 판결에서도 '유씨에게 사증을 발급하라'고 명하는 취지의 내용은 없다"며 "'사증발급은 일반적인 행정청에서 이뤄지는 처분에 비해 더 넓고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는 게 학계에서의 견해"라고 반박했다.
또 "사증발급 거부는 유씨에게 사증을 발급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파장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현재까지도 유씨의 입국에 관해서는 여전히 큰 논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국금지 후 긴 시간이 흘렀다는 사정만으로 사증발급 거부가 부당하다고 볼 순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LA총영사관 측에서 이 사건 사증거부 당시 내세운 사유, 재량권 심사권한의 기준, '병역면탈'과 관련해 국내에 입국이 금지된 사례, 사증거부에 대한 병무청과 법무부의 의견 등을 제출하라고 말했다.
유씨 측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씨 역시 국내에 입국하려는 주된 사유가 무엇인지 밝혀달라"며 "외국인인 유씨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는데, 어떤 부분에서 '입국금지'가 기본권 위반인지 분명히 해달라"고 덧붙였다.
유씨 측 대리인들은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씨가 대법원 판결이 나고서도 사증발급이 거부 당하자 사실상 입국을 포기했었다고 전했다.
대리인은 "본인 입장에서도 이번 소송으로 희망을 걸 수 있을지 사실 비관적으로 생각해 그냥 포기하려고 했다"며 "변호사들이 '여기서 끝내면 5년 동안 한 것이 그냥 무산이 된다'고 설득해서 제소기간 마지막 날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라서 (5년 전) 처음 소송을 시작했던 때만큼 (유씨가) 바라는 것을 저희에게 이야기하거나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며 "(재판을 앞두고)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유씨는 군 입대를 약속했다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였고, 2002년 법무부로부터 입국을 제한당했다.
유씨는 지난 2015년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비자(F-4)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달 뒤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LA총영사관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에 구속된다는 이유로 LA총영사의 사증 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지난해 11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LA총영사관은 13년7개월 전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했다"며 "관계 법령상 부여된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유씨 손을 들어줬다.
LA총영사관은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파기환송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비자 발급 거부시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으로 비자를 발급하라는 내용은 아니었다.
이후 영사관은 비자 발급을 재차 거부했고, 유씨는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사진] 스티브 유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