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N번방 사건 용의자가 잡혔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제 2의 N번방이라고 불리는 사건의 용의자가 붙잡혀 신상이 공개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13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약 1,300명의 남성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피해자들의 음란 행위 등을 녹화한 다음 이를 유포해 '제 2의 N번방'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런데 이 용의자가 붙잡힌 것.

사실 대부분의 피해자가 남성이었기 때문에 용의자는 여성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런데 경찰이 그를 붙잡고 신상 공개를 결정하자 놀라운 반전이 벌어졌다. 바로 용의자는 남자였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을 비롯해 성폭력처벌법과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용의자를 구속하고 나이와 이름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그는 29세 남성 김영준이었다.

9일 오후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한 뒤 "남성 아동과 청소년 39명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등 사안이 중하다"라면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인적과 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고 피의자의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했다"라면서 김영준의 신상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영준은 채팅앱 등에 여성의 사진을 게시한 뒤 이를 통해 연락한 남성과 대화를 나누며 음란행위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해 음성 변조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여성으로 가장했다. 그리고 영상통화를 하고 녹화한 뒤 영상을 텔레그램으로 유포하고 판매했다.

이 영상은 제법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영준을 붙잡으면서 그가 촬영한 영상 2만 7천여개와 저장매체 원본 3개를 압수했다. 용량은 5.55테라바이트에 달한다. 또한 남성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여성들의 음란 영상 등 120기가바이트 분량의 영상물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에는 불법 촬영물도 있었다.

심지어 그는 아동 청소년 7명을 자신의 주거지나 모텔 등으로 유인해 유사 성행위를 하게 하고 촬영까지 했다고. 경찰은 김영준이 소지하고 있는 피해 영상이 저장된 매체 원본을 압수해 폐기하고 피해 영상의 인터넷 유포 내역을 확인해 삭제하거나 차단할 방침이다.

경찰 측은 "디지털 성범죄가 남성 대상으로도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라면서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척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면서 향후 김영준이 제작한 영상을 재유포한 피의자들과 구매자들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2의 N번방 사건인 불법촬영 나체 영상 유포 사건 관련자의 철저한 수사와 처벌, 신상 공개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22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 수사에 더욱 탄력이 붙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