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오전 9시59분. 오뚜기몰을 통해 신청한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 재고 알림이 카카오톡에서 울렸다. 이후 11시쯤 오뚜기몰에 접속하자 '일시 품절'이 떴다. 불과 한시간 만에 모든 물량이 팔려나갔다. 오뚜기몰에서만 벌써 48번째 완판 기록이다.
매콤한 맛 위주였던 여름 비빔면 시장에 '들기름'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새로운 맛을 찾는 소비자 취향을 제대로 공략한 결과다. 일부 기업의 제품은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 오뚜기, 8개월 연구 끝에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 출시
10일 오뚜기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시한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는 오뚜기몰에서 48차 판매 모두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고기리 막국수의 인기 메뉴인 들기름 막국수는 직접 뽑은 메밀면을 고소하고 향긋한 들기름과 간장소스에 비벼 깨와 김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맛에 대해선 밋밋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들기름과 김·들깨의 고소함에 후한 점수를 주는 소비자 역시 많다. 그동안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진 소비자에게 새로운 맛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식당에선 1∼2시간 대기는 기본일 정도다.
오뚜기는 지난해부터 고기리 막국수와 손을 잡고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간편식 확대를 노리는 오뚜기와 식당을 찾지 못한 손님에게 제품을 알리고 싶은 고기리 막국수 입장이 맞아떨어졌다. 양측은 식당에서 먹는 것과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해 약 8개월이란 시간을 쏟아부었다.
이렇게 탄생한 오뚜기 고기리 막국수의 첫 물량 2만9000세트는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출시 전부터 오뚜기가 고기리 막국수를 판다는 소식이 SNS에서 퍼져 나간 덕분이다. 지금도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어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오뚜기는 다양한 소비자에 구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자사몰의 경우 1인당 구매 제한을 두기까지 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대표 제품 방앗간 들기름과 볶음참깨를 넣어 고소한 맛을 구현했다"며 "식당을 방문하지 않아도 맛집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제품에 소비자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 풀무원·CJ제일제당 잇따라 들기름 시장 도전장
풀무원도 지난 3월 들기름 메밀막국수를 내놨다. 면발을 1.4㎜의 도톰한 두께로 뽑아내 탄력 있고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다. 일반적인 메밀면이 쉽게 끊긴다는 점을 고려해 탄력성 개선에 집중한 결과다. 이는 동시에 출시한 춘천식 메밀막국수와 함께 30만 봉지가 팔려나갈 비결이다.
들기름을 활용한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여름 비빔면 시장의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지난달 CJ제일제당도 '비비고 비빔유수면'을 내놓고 들기름 열풍에 동참했다. 경쟁사와 다른 점은 끓는 물에 익힐 필요 없는 유수면이란 점이다. 면발을 알맞게 익힌 후 급속냉동한 제품으로 소비자가 간단히 흐르는 물에 씻어주면 된다. 오뚜기·풀무원 제품은 메밀면인 반면 CJ식품과 달리 일반 밀가루를 쓴 것도 차이점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조리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맛 품질을 확보한 혁신 제품으로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며 "식문화를 선도하는 제품을 선보이도록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1000원 남짓으로 즐길 수 있는 기존 제품에 선호도가 아직은 높다고 입을 모은다. 여름 비빔면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는 팔도를 중심으로 농심과 오뚜기가 유명 모델을 앞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들기름을 활용한 비빔면이 틈새시장으로 꾸준하게 인기를 얻을 것이란 기대감은 지속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 시장에선 '돌고 돌아 신라면'이란 표현이 있을 정도로 기존 제품을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도 "새로운 맛과 전국 맛집을 구현한 제품 출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오뚜기, CJ제일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