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 전체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오세훈표 방역'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오 시장은 취임 직후 "지금 같은 천편일률적인 거리두기는 더 지속하기 어렵다"며 차별화된 방역을 도입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정부의 방역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오는 12일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경기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등과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를 갖는다. 김부겸 국무총리,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12일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오 시장은 임기 초반에는 서울시가 준비한 대책을 정부에 제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엄중한 만큼 '공동대응'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올해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특단의 방역대책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건의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와의 협의에 의해 방역 대책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오 시장이 독자적인 방역정책을 펼치기 불리한 상황에서 일해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3차 대유행 종료 이후 100명대를 꾸준히 유지했으나 공교롭게도 선거 전날인 4월 7일부터 '평일 200명대, 주말 100명대'가 시작됐다.
오 시장은 각 업종별 협회,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4월 22일 중대본에 '서울형 상생방역' 협의안을 제출했다. 2달이 지난 6월 10일 발표된 상생방역은 마포구와 강동구의 헬스장, 실내골프연습장을 대상으로 영업시간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자정까지 연장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의미를 잃었다. 당시 서울의 확산세는 개편안의 2단계에 해당하는데 2단계는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이 없다. 서울시의 정책을 '완화적'이라고 막은 정부가 훨씬 완화적인 대안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현실화되자 오 시장은 학원·음식점·카페·노래방·PC방 영업주와 종사자 선제검사 명령, 오후 10시 이후 대중교통 감축, 한강공원 야간 음주 등의 추가 방역대책을 발표했다. 이들 정책 모두 정부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다 오 시장 부임 전에 서울시가 시행한 적 있다.
오 시장 집권 이후 서울시 방역 대책의 또 다른 핵심축은 자가검사키트였다. 자가진단키트 활용을 전제로 업종별 영업시간 연장이 당초 목표였으나 상생방역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서 콜센터·물류센터·기숙학교 시범사업에만 그쳤다. 시범사업 결과 15만3127건 검사에서 확진자 4명을 찾아냈다.
자가검사키트는 한때 방역 관련 최대 관심 아이템으로 떠오르기도 했으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진 못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한국, 특히 서울의 경우 무료로 선제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꼭 자가검사키트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외국보다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확진자 급증이 오 시장의 방역 지침 때문이라는 '억울한 오해'가 만연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숫자 자체로만 보면 오 시장 부임 이후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오세훈표 방역'은 사실상 시행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다른 관계자는 "확진자를 줄이지 못한 점은 시민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오 시장이 유흥업종에 대한 제한을 해제해 확진자가 폭증했다고 하는 댓글을 서울시나 코로나 관련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주장은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지자체장도 방역수칙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지만 서울시는 정부와의 협의를 우선시 해왔기에 섭섭한 마음도 든다"며 "확진자가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