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연쇄 강간사건에 대한 끈질긴 유전자(DNA) 수사로 공소시효 만료 직전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2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50대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10년 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시설 취업제한, 10년 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현장에 버리고 간 휴지뭉치는 형사소송법상 영장 없이도 압수할 수 있는 유류물로서 적법한 증거"라며 "압수조서가 별도로 작성된 적은 없지만 그 자체 만으로 증거 능력이 배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검찰은 "이 휴지뭉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DNA) 감정 결과 훼손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포함한 확정적 범행으로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 하더라도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사건 당시 적법한 압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휴지뭉치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유전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검출될 가능성도 있어 별도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재판부에 무죄를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어떤 판결을 내리시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반성하고 속죄하며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선고는 8월26일 오전 10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A씨는 2001년 제주에서 다수의 피해자들을 잇따라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국과수가 지난 2019년 장기 미제사건 DNA를 전수조사하던 중 사건 당시 발견된 휴지뭉치 속 DNA와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국과수로부터 이 같은 DNA 감식 결과를 통보받은 대검찰청은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넘겼고, 검경의 재수사 끝에 A씨는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인 3월2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 등) 등의 혐의로 결국 기소됐다.
재판부가 이번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할 경우 A씨는 2027년 2월24일 만기 출소한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