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맥주업계 1·2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가격 인하' 경쟁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라면부터 과자·우유까지 먹거리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는 와중이라 더욱더 낯설게 느껴집니다. 특히 7~8월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맥주업계가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제품은 바로 '캔 맥주'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캔 맥주가 주력 제품이 된 때문인데요. 실제 오비맥주는 지난달 '한맥'의 500㎖ 캔 출고가를 10.4% 인하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캔 맥주 '실속팩'(375㎖*8)과 '가성비팩'(473㎖*8)과 새로 출시하기도 했지요.
이에 질세라 하이트진로도 4월 '테라X스마일리' 한정판 캔 335㎖와 500㎖ 가격을 기존 테라가격 대비 14.5%와 15.9% 저렴하게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달부터는 '테라' 500㎖ 캔 출고가격을 무기한 15.9% 인하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파격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테라가 출고가격을 내린 것은 지난 2019년 제품 출시 이후 처음입니다.
올여름 치열한 캔 맥주 가격 인하 경쟁의 배경을 두고 업계에선 오비맥주의 선수(先手)에 하이트진로가 맞대응 중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업계 1위 오비맥주의 '고단수' 카스 가격 조정 전략에 2위 하이트진로 역시 테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뒤따라 나섰다는 설명인데요.
오비맥주가 지난 4월 내놓은 실속팩과 가성비팩의 가격 조정이 대표 사례입니다. 오비맥주는 기존 355㎖와 500㎖ 용량뿐이던 카스 캔 맥주 제품군에 각각 한 모금 많고(375㎖), 한 모금 적은(473㎖) 용량을 소비자 요청에 따라 추가로 출시했습니다. 각각 8개입을 한 세트로 판매하는 '대용량' 상품인 만큼 가격도 더욱 저렴한데요. ㎖당 출고가격만 놓고 비교하면 375㎖ 낱개 캔 가격이 기존 355㎖ 카스 캔보다도 15%가량 낮습니다.
문제는 오비맥주가 실속팩과 가성비팩 출시 석 달 만에 출고가격을 두 번이나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성수기를 앞두고 단기간 내 잦은 가격 조정을 통해 시장 장악력을 높였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지난 5월 실속팩·가성비팩 출시 한 달 만에 출고가격을 나란히 인하했다가 2개월 만인 7월 원상복귀 했습니다.
특히 5월에 두 제품 가격을 내렸을 당시 ㎖당 출고가격은 기존 카스 캔 중 가장 작은 용량인 355㎖보다 더욱 저렴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용량은 더 크고 가격은 더 저렴한 카스 캔 맥주 종류가 기존보다 2개나 더 생긴 것입니다. 주류시장에서 비슷한 355㎖ 캔 용량으로 경쟁 중인 테라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입니다.
맥주의 출고가격을 내리면 경쟁사 제품은 금세 뒷전이 됩니다. 주류회사의 가장 큰 고객인 주류도매업자가 저렴한 제품부터 대규모로 사들이기 때문인데요. 향후 가격 인상 시점까지 예비물량을 쌓아뒀다가 비싸게 되팔기 위한 전략입니다. 결국 오비제품을 더 구매한 만큼 경쟁 업체 제품은 더 안팔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물론 시장 경제에서 가격 경쟁은 자유로워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필수적인 전략입니다.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영업과 마케팅 수단을 활용해 더 넓은 시장을 점유해야만 하지요. 그러나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시행한 오비맥주의 가격 정책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비맥주는 해당 제품 출고가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더 좋은 가격을 선보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오비맥주가 '고무줄 가격'의 파급 효과를 몰랐을 리는 없어 보입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맥주시장 1위 업체 다운 모습은 아니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