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우리나라와 축구 경기를 치른 루마니아를 향한 '조롱성 자막'을 내보내 또 한 번 비판에 휩싸였다.
25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가 생중계된 가운데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던 전반전, 루마니아 선수 마리우스 마린이 자책골을 넣자 대한민국은 1대0으로 우세한 상태에서 전반전을 마쳤다.
이때 MBC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문구를 우측 상단에 띄웠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며 지상파 방송사가 어떻게 스포츠로 경쟁하는 상대방을 조롱할 수 있냐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MBC는 올림픽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시청자들을 더 뿔나게 했다. MBC는 지난 23일 오후 생중계한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참가국을 소개하기 위해 관련한 사진과 문구 등을 삽입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등장하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넣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아직까지도 인류 최악의 인재 중 하나로 남아있다. 또한 엘살바도르 선수단 소개에서는 비트코인 사진을 삽입했고,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하던 당시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고도 소개했다. 이밖에 마셜 군도를 소개하며 "한 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문구 등을 삽입하기도 했다.
개막식 중계는 방송 때부터 논란이 커지자 MBC는 생중계 말미 사과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MBC의 중계 화면이 퍼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이에 MBC는 24일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도 인정했다. 홈페이지에 영문 사과문도 게재했으나 논란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과 함께 경기를 치른 상대방을 조롱하는 문구를 넣어 또 한 번 논란을 일으킨 MBC에게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이렇게까지 수준이 떨어질 수 있나", "이게 웃길 거라고 생각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나라망신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경솔함에 분노하고 있다. 이와 관련 MBC는 아직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진] MBC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