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서 활약 중인 안산(20·광주여대) 선수가 온라인상에서 '페미'(feminist) 논란에 시달리는 데 대해 외신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30일 러시아 국영 RT방송과 프랑스 AFP통신,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올림픽 메달리스트 안산이 '숏컷' 헤어 때문에 페미니스트라고 냉소를 받고, 그를 지지하는 수천 명의 여성들이 짧은 머리 사진을 사회관계망에 게시하며 바이럴 캠페인을 하고 있다"며 이번 논란을 자세히 보도했다.
매체들은 "안 선수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개나 따고도 한국내 점점 증가하는 반(反) 페미니즘 반응 속에서 욕을 먹고 있다"며 "대부분 남성인 누리꾼들은 안 선수가 선택한 헤어스타일이 페미니스트인 것을 드러낸다며 사과하고 메달을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많은 한국 여성들과 여성 정치인, 예술가들이 안 선수를 지지하며 반격하고 있다"면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심상정 의원, 류호정 의원의 트위터와 연예인 구혜선의 인스타그램 메시지도 소개했다. '여대출신 숏컷은 90프로이상 확률로 페미죠.'라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첨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자 핵심 기술강국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남성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여권 운동의 역사가 짧다"면서 "인터넷상에서 미소지니(여성혐오)가 공론화되고 있는 반면, 극단적 여성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기업이 남성 소비자의 보이콧을 당하는 등 안티페미니즘 물결도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언론 뿐만이 아니다. 전세계 외신들이 일제히 "안산이 반(反) 페미니즘 정서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안산이 짧은 머리로 한국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안산의 헤어스타일을 향한 온라인 학대는 한국 일부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반페미니즘 정서를 기반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더러운 의미를 가진 단어가 돼버렸다. 가장 최근에는 짧은 머리의 양궁 챔피언에게 분노가 향하고 있다"며 "한국이 양성평등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번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로이터통신 역시 "도쿄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한 안산의 짧은 머리가 한국에서 반페미니즘 정서를 불러일으켰다"며 "안산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온라인 학대는 한국의 젊은층 사이에서 증가하는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반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안산이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한국에 자랑스러운 금메달 2개를 안겨줬다. 하지만 이 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점차 커져가는 반페미니스트 운동으로 인해 머리 길이로 비난받고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한국의 남성들이 안산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그가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는 안산에게 사과와 메달 반납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자 기술 강국이지만 여전히 여성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라고 지적했다.
전수현 여성인권운동가는 AFP통신에 "올림픽 챔피언을 비롯한 여성들이 자신들의 선택과 신체에 대해 해명과 사과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는 사실은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이는 한국 사회의 성차별 규모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유튜브,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