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미국 포환던지기 은메달리스트 레이븐 손더스(25)의 시상대 위 'X'자 포즈를 제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수들의 '정치적 시위·의사 표현'을 제한한 올림픽 헌장 50조 해석을 두고 또다시 일관성 논란에 휘말릴 전망이다.
앞서 IOC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국제적으로 한·일간 영토 분쟁 중인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데 대해서는 "정치적 의도가 없고 순수한 지형학적 표현"이라는 취지로 넘어가 놓고, 대한체육회의 이순신 장군 문구 인용 현수막은 문제 삼으며 철거를 요청해 편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아울러 IOC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단체가 낸 '선수·관계자 묵념 권고' 요청도 거부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2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더스의 X자 포즈 관련, "세계육상연맹,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와 접촉 중"이라며 IOC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IOC는 당초 올림픽 헌장 50조에 따라 2020 도쿄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정치적 시위 및 의사 표현 행위를 엄격히 제한할 예정이었으나, 동료 선수들을 존중하고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재 완화 방침을 지난달 최종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독일 여자 하키팀은 성소자(LGBTQ)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무지개색 완장을 차고, 호주 여자 축구대표팀은 본선행 진출이 확정되자 자국 원주민 존중의 의미로 '애보리진(원주민) 깃발'을 들기도 하는 등 선수들의 정치적 표현이 이어졌다.
손더스는 지난 1일 경기 후 시상대 위에서 팔을 들어 X자 모양을 만들었는데, 이를 두고 AP통신에 "압박받는 모든 사람이 만나는 교차로를 상징한 것"이라고 밝혔다.
손더스는 줄곧 동성애와 우울증과의 투쟁에 대한 견해를 표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열린 예선에서는 경기 중 '조커'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1일 결승전에서는 자신의 별명인 '헐크' 마스크를 쓰는 행동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문제는 메달 수여식 때 단상에서 이뤄지는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제재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손더스가 이번 일로 징계를 받게 된다면 '고무줄' 같은 판단 기준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OC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금·동메달리스트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흑인 저항운동을 지지하며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들어 올린 것을 정치적 행위로 간주하고 중징계한 바 있다.
또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한국 대표팀 소속 박종우가 일본을 2대 0으로 꺾어 동메달이 확정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종이를 흔들며 세리머니를 하자, 징계를 내렸다.
[사진] B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