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패륜적인 글과 성희롱 발언 등을 올린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가 결국 교사 발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논란이 일어 임용이 취소된 경기도의 '일베 공무원'과 달리 교사는 임용후보자 자격을 박탈할 수 없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17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던 경기지역 공립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A씨의 임용자격 박탈은 현행 법령상 불가능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A씨가 인터넷에 올린 패륜적인 글과 음담패설로 논란이 확대되자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5월 모욕죄와 명예훼손 등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모욕죄와 명예훼손은 친고죄여서 당사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수사가 가능해 종결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임용시험 합격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채용후보자의 자격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교육공무원법은 다르다. 교육공무원법은 성폭력 범죄 등 교육공무원(교사) 결격사유만 규정하고 임용시험 합격자의 임용자격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는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반면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과 하위 법령은 공개경쟁 채용시험에 합격한 임용후보자가 품위를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임용후보자 자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일베 커뮤니티에 장애인 비하와 여성 성희롱 글을 올린 사실이 밝혀진 경기도 7급 공무원시험 합격자의 임용이 취소된 것도 지방공무원임용령에 이런 규정이 있어 가능했다.
이에 따라 2021학년도 공립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A씨는 지금도 여전히 임용후보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A씨는 아직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은 나지 않았다. A씨는 현재 군 복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교육청의 경우 현재 A씨처럼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발령을 기다리는 임용대기자가 6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법령대로라면 A씨는 제대 후 3년 안에 교사로 발령을 받을 수 있다.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라 임용후보자 자격은 임용시험 합격 후 최장 3년간 유지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군 복무기간은 임용 대기 기간에서 제외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임용시험 합격 후 3년까지 임용되지 않으면 임용후보자 자격이 없어진다는 의미라기보다 그때까지는 임용하라는 행정기관의 책무성을 강조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군 제대 후 기다리면 3년 안에는 교사로 발령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행 법령상 임용 취소가 불가능하자 경기교육청은 교사 임용 후 조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사 임용 전 발생한 일이라 법적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A씨와 관련된 논란은 지난 4월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기도 신규 초등교사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교사로서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 교사가 되어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촉발됐다.
당시 청원인은 "초등학교 교사가 절대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 경기도 초등 교원 임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라며 "(A씨가) 디시인사이드 '교대갤러리'에 남긴 댓글과 행적들"을 캡처 자료로 공개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A씨는 해당 갤러리에 "니 엄× ×× 냄새 심하더라", "니 ×× 맛있더라" 등의 글을 남겼다.
청원인은 "입에 담지도 못할 심각한 패륜적 언행을 비롯한 각종 일베 용어, 고인 모독, 욕설 및 성희롱, 학교 서열화(타학교 비난) 상처 주는 언행, 혐오 단어 사용 등 교사로서의 자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며 "임용시험의 자격 박탈과 함께 정교사 2급 자격증도 박탈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논란에도 A씨의 임용자격을 취소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교육공무원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1일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달 14일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의원이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은 모두 '임용후보자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하는 등 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임용후보자 자격을 상실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특히 두 개정안은 부칙에서 개정된 규정의 적용시기를 "이 법 시행 이후 공개전형으로 신규 채용하는 교사부터"라고 규정했다. A씨가 교사 발령을 받기 전에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법 적용 대상이 된다.
류 의원은 "교육공무원의 경우에도 임용후보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라며 "교육에 복무하는 교사에게 요구되는 품위와 적용되는 도덕적 기준은 일반직 공무원의 그것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 시행 이전 임용시험 합격자에게까지 소급 적용한다는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두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로 아직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교육위 전체회의에 상정돼야 이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가 논의가 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 임용시험 합격자도 임용 취소가 가능하도록 정부입법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던 중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이 발의됐다"라며 "국회에서 신속하게 법 개정이 추진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소급 입법 지적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픽사베이, 청와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