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윤주씨(30·가명)는 최근 등산을 하러 갔다가 민망한 모습을 목격했다. 한 등산객이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길이 레깅스에 스포츠 브라탑을 입고 산을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얇은 겉옷도 걸쳤지만, 눈을 둘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멀리서 봤을 때는 마치 속옷만 입고 나온 것처럼 보였다"며 "아무리 레깅스가 인기라지만 반바지 디자인까지 유행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반바지 길이의 짧은 레깅스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소재가 얇고 몸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길이까지 짧아 민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길이가 핫팬츠와 비슷하기도 하고 운동복임을 고려하면 디자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레깅스가 운동복과 일상복 경계를 허무는 대표 '애슬레저룩'으로 떠오르면서 디자인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포츠웨어 및 여성복 브랜드가 최근 길이와 색을 다양하게 디자인한 짧은 레깅스를 출시하고 있다.
이른바 '반바지 레깅스' 또는 '쇼츠 레깅스'로 불리는 이 제품들은 발목까지 오는 레깅스 길이를 무릎 위나 허벅지 중간까지 줄였다. 여름 날씨에도 시원하게 착용할 수 있고 무릎을 굽힐 때 종아리 아래를 압박하지 않아 편안하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반바지 레깅스 인기에 젝시믹스와 안다르를 포함한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여성 쇼핑몰도 '바이커 쇼츠'라는 이름으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색상은 기존 발목 길이 레깅스와 마찬가지로 연한 살구색부터 형광 초록·분홍색까지 다채롭다. 최근 가수 선미·제시와 같은 연예인과 패션 인플루언서도 반바지 레깅스를 착용한 사진을 인증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짧은 레깅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직장인 장모씨(33)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필라테스 학원에서도 반바지 레깅스를 입는 회원이 자주 보인다"며 "다리 스트레칭 동작이 많기 때문에 운동할 때 시선이 닿지 않도록 웬만하면 피한다"고 말했다.
반면 운동할 때 필요한 기능성 의류일 뿐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대학생 이모씨(26)는 "남자도 사이클을 탈 때 타이츠를 착용하는데, 짧은 레깅스가 특별히 더 민망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올림픽에서 육상 선수도 기능성 의류로 만든 짧은 하의를 착용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직장인 윤모씨(33) 역시 "여름에 운동할 때는 레깅스를 입고 벗는 것도 일인데 기장이 짧아 편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며 "길이만 보면 핫팬츠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딱 달라붙는 짧은 레깅스는 사이클을 즐기는 운동족에게 익숙한 아이템이다. 체인에 옷이 걸리는 사고를 방지하고 땀을 쉽게 흡수·배출해주는 기능이 있어 유용하다. 특히 일반 운동복보다 공기 저항이 적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등산·필라테스·요가·발레와 같이 최근 레깅스 패션이 유행하는 운동의 경우에는 짧은 디자인이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색상 역시 여성 소비자 수요에 맞춰 다양하게 만들다보니 기능보다 디자인에 치우친 아이템이라는 비판도 있다. 레깅스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스포츠웨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스포츠 레깅스는 검은색이나 무채색이 대다수였지만, 최근 여성 소비자가 레깅스 시장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디자인까지 겸비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디자인 고려 요소 역시 계절·운동 종류·몸매에 따라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젝시믹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