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31일 오후 6시17분쯤. "한 남자가 고가차도 위에서 상의를 벗고 있고 차량 운전석의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이상하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여성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씨(33), 남성은 황씨의 남편(당시 남자친구) 오모씨(29)였다.
황씨는 돌연 오씨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하고 오씨는 헛것을 보며 놀라는 등 경찰과의 정상적인 대화는 어려웠다. 황씨는 경찰에게 자신의 이름을 '황정은'이라고 거짓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오씨는 자신이 "이틀간 필로폰을 투약했다"며 자수하고 주사기 등을 자진해서 제출했다.
사용한 흔적이 있는 주사기 4개에서 황씨의 혈흔, DNA와 함께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 다른 주사기 2개에서도 황씨의 DNA와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황씨는 2020년 8월18일, 30일, 31일 서울과 수원 등지의 모텔에서 오씨 및 지인들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는 9월부터 12월까지 몇 차례 경찰에 출석하면서 황씨를 감싸는 진술을 했다.
"나는 필로폰을 하고 싶었을 뿐이고 황씨는 나를 지키기 위해 곁에 있었다" "내가 필로폰을 투약하는 것을 황씨가 말렸고, 그 과정에서 황씨와 몸싸움 도중 주사기가 황씨의 몸을 긁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20년 8월 사귀기 시작한 오씨와 황씨는 그해 10월 혼인신고를 했다. 오씨와 황씨는 오씨가 심지어 '몰래뽕'(몰래 약물을 투약하는 행위)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황씨는 "오씨가 몰래뽕을 했다"면서 "필로폰이 몸에 들어온 느낌은 없었고 몸에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오씨가 저에게 필로폰을 주사했을 것이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수차례 몰래뽕을 하는 동안 황씨가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황씨의 DNA가 나온 주사기에서는 다른 남성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황씨는 경찰에 출석하기 하루 전날 왁싱숍에서 전신의 털을 제모하고 머리카락을 염색했다. 수사기관의 모발감정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씨는 돌연 주변 사람들에게 "경찰서에 가서 황씨에게 '몰래뽕'을 한 것이 아니고 황씨와 투약한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12월24일 오씨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씨는 "황하나 내가 다시 마약에 끌어들여서 진짜 미안해"라는 유서를 남겼다.
오씨 및 황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남모씨(29) 또한 "오씨와 황하나가 몰래뽕으로 (검거돼) 가라 해서 가는 거 너가 다 밝혀줘"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 선택했으나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
황씨가 투약한 마약은 일명 '바티칸 킹덤'이 공급한 것이다. 바티칸 킹덤은 필리핀에서 활동한 총책 '마약왕 전세계'로부터 국내로 마약을 들여와 황씨의 지인인 남씨에게 마약을 전달했다.
지난 7월9일 1심 재판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황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황씨는 지난해 7월에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집행유예 기간 중 동종의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집행유예가 효력을 잃게 됐다.
다만 항소심이 현재 진행 중이다. 1심에서 투약 혐의를 부인하던 황씨는 항소심에서 마약 투약을 인정했다. 황씨는 "언론이 무섭고 가족들에게 죄송해서 용기가 나지 않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황씨는 "마약이 왜 중대 범죄이고 투약으로 구속시키는지 이유를 알았다"며 "조금만 선처를 해주신다면 휴대전화도 없애고 열심히 살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11월15일 오후 황씨의 항소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사진] 황하나 SNS, M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