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나 혼자 산다' 출연진인 기안84의 왕따설이 불거진 정모 취소 논란의 전말을 공개하며 시청자들에 불쾌감을 준 데 대해 사과했다.
지난 10월27일 올라온 9월 MBC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는 MBC '나 혼자 산다' 8월13일 방송분과 관련한 의견서가 게재됐다.
앞서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가 웹툰 '복학왕' 완결을 기념해 자신의 고향인 경기 여주에서 '마감 샤워'를 주제로 무지개 회원들과 모임을 마련했던 특집에서 '왕따 논란'에 휩싸였다. 기안84는 모임을 위해 놀이 프로그램과 장기자랑,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 등을 직접 준비했으나, 참석자는 전현무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방송에서 기안84는 충격을 받은 듯 놀란 표정을 지었고, 전현무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이 대표로 온 것이라며 서프라이즈라고 해명했다. 이에 기안84는 "애초부터 둘이 간다고 하지 그랬나"라며 "이게 서프라이즈냐"고 말하며 씁쓸한 표정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기안84가 여주 여행을 열심히 준비했던 과정을 언급하며 몰래카메라가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창 시절 왕따를 경험해본 이들의 트라우마(사고후유장애)까지 건드렸다는 지적도 나오기도 했다.
이에 당시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현무,기안 여름방학 이야기'를 보며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멤버들 간의 불화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로, 여러 제작 여건을 고려하다 보니 자세한 상황 설명이 부족했다, 앞으로는 더더욱 제작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MBC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조선희 위원은 "기안84씨는 전현무씨와 있는 현장에서도, 스튜디오에서도 매우 실망한 모습이었다,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출연자들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밝혔다"면서도 "하지만 마스크나 투명 아크릴판 없이 옹기종기 모여 1m 거리 두기 없이 웃고 있는 스튜디오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대는 것은 어딘가 모순적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왕따설' '불화설' 등이 여기서 나왔다"며 "논란이 되자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방영 일주일여가 지난 21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입장을 발표했다, '멤버들 간의 불화는 사실이 아니고, 제작 여건을 고려하다 보니 자세한 상황 설명 없이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이라는 설명이었다"고 전했다.
조 위원은 "그러나 다시 읽어봐도 어떤 기획 의도를 갖고 이 회차를 기획했는지, 기획 및 촬영 준비단계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제작진은 이 회차 중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사과하는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은 사과문"이라고 지적하며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출연자 간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다' 외에 제작진의 구체적인 입장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글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전진수 MBC 예능기획센터장은 "문제 발생 후에 공식 사과문을 냈는데 그것 역시 너무 형식적이고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아 이 자리에서는 공식 사과문에 소상히 담지 못한 당시 제작상황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진수 예능기획센터장에 따르면 기안84의 웹툰 연재 마감을 기념해서 출연자 모두가 오랜만에 정모를 가지는 기획을 추진 중이었는데, 전현무가 MC로 합류한 이후 출연진 간 스케줄 조정이 더 어려워졌고 난항을 겪던 중 스튜디오 정기 촬영일인 월요일 저녁을 활용해서 정모를 찍자고 정했다. 이에 날짜가 8월2일 저녁으로 확정됐고 전현무 외 멤버들이 후발대로 깜짝 등장하는 것이 기획의 주요 내용이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발효되면서 계획이 어긋났다는 게 설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단체 정모가 불발된 반면, 김연경 선수와 국가대표 배구팀 동료들의 캠핑은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선수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2인 플러스 2인이 가능했다"며 매주 스튜디오에서 멤버들이 VCR을 보며 녹화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현재 방송 제작 현장은 코로나19 방역지침 예외에 해당해서 인원수 제한에는 해당하지 않는 분야"라며 "또한 모든 촬영 전에 출연자와 제작진이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서 검사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녹화를 취소하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리얼리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청자는 분명히 그렇게 모이는 것 자체를 실제 상황으로 인지할 수 있으므로 그날은 모여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한다"고 해명했다.
전진수 예능기획센터장은 "잘못된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제작진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며 "그 당시에 아이템 자체를 취소하거나, 기안84씨에게 오늘 어쩔 수 없이 둘만 가기로 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해주고 촬영했으면 이런 비난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이 부분에서 제작진의 깜짝 서프라이즈라는 콘셉트만 유지하고 나머지 출연자들의 출발을 취소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기안84의 순진무구한 캐릭터나 엉뚱한 점을 좀 더 살리고 싶었던 게 당시 제작진의 판단이었는데, 그 부분에서 생각이 깊지 못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이번 기안84의 따돌림 논란에서 제작진이 고른 선택은 어리석고 잘못된 것이었다"고도 전했다.
또한 "공식 사과문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는 결코 출연자들의 개별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며 제작진이 촬영 콘셉트를 잡아 기획한 상황임을 말씀드린다"며 "이러한 내용이 기안84씨의 순진무구한 캐릭터를 잘 살릴 것으로만 생각하고 시청자에게 불쾌감이나 따돌림 트라우마를 되살릴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백번 사죄해도 모자란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해당 에피소드의 나머지 후반부가 방송된 이후, 시청자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이마저 무성의한 사과문이라고 지탄하고 계신 상황 또한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제작진의 의견을 전해드린다"고 밝혔다.
[사진] M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