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추진에 일본 측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는 주장이 제기돼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아 의문이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전문기자는 4일 보도된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한미가) 종전선언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 자체를 거부하면서 10월 말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일 고위급협의에서도 반대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보도에 대한 확인 요청에 즉답 대신 "현재 한일 간엔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최 대변인은 "한일 양국은 최근 개최된 한일·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그리고 한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포함한 다양한 계기에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해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사실 6·25전쟁 종전선언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당사자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주한유엔군사령부였다. 주한유엔군사령관은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3국 간 공조를 강조해온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측에서 일본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측이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부정적 견해를 제시했다면 미국 측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단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도 있었다. 존 볼턴 당시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 '그것의 일어난 방'에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트럼프 당시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 당시 공동성명에 종전선언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데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남북한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의 '4·27판문점선언'을 통해 '연내(2018년내) 종전선언'에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해 9월에도 고노 다로 당시 일본 외무상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평양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시점이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라고 있는 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주한미군 및 유엔사 지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빌미로 '주한미군 철수'나 '유엔사 해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은 전직 미 정부 당국자과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도 꾸준히 제기돼온 것이다.
특히 유엔사는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 대비해 일본에 7개 후방기지를 두고 있으며, 이들 기지는 현재 주일미군이 관리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이 가까워져 유엔사와 주한미군 지위 변경 등이 생길 경우 일본도 일종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며 "일본은 미일동맹이란 관점에서도 미중 간 패권 경쟁, 대만 문제 등에 대응하는 데 (종전선언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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